질병관리본부 '진료·치료 포기' 실태 조사
본보, 대전·충남 노인 사망 추적 보도 반향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꼴로 돈이 없어 병·의원 진료를 포기하고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강일보가 지난해말 쯔쯔가무시병에 감염된 대전·충남 노인들의 잇단 사망 실태를 추적 보도한 ‘돈없어 퇴원했다 봉변…보건은 없었다’가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와 맞물려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본보 2011년 11월 4일 6면·7일자 1면 등 보도>
◆노인들 ‘보건의료 자진포기 만연’ 실태 확인
8일 질병관리본부가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최근 1년간 병의원 진료가 필요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 진료 자체를 포기한 비율은 35.7%에 달했다.
이는 6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은 자신에게 질환이 의심된다고 판단하면서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른바 ‘병원진료 자진 포기 노인’들이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병원에서 치료를 요하는 상황임을 통보받고도 경제적 문제로 치료를 포기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절반인 50.5%였다.
◆저소득, 고령일수록 ‘진료·치료 포기자 속출’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 비율은 나이가 많고 소득이 적을수록 높았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4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27.6%, 50대 18.2%, 40대 13.7%, 30대 9.3%, 20대 8.9% 순이었다.
노인층을 포함, 전체적으론 한국인 6명 중 1명이 치료비가 부담스러워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세 이상 성인의 16.9%가 경제적인 문제로 진료를 받지 못했고,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에서도 16.6%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했다.
소득수준에 따른 격차도 컸다. 가구소득을 중심으로 4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에서 경제적 문제로 병원에 가지 못한 비율은 27.2%,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은 10.1%였다.
소아·청소년층은 가정형편에 따른 치료 비율에서 더 큰 차이가 났다.
소득 하위그룹의 35.2%와 중하위그룹의 14.2%가 경제적 문제로 병의원에 가지 못한 반면, 중상위그룹과 상위그룹에선 그런 소아청소년이 전혀 없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2개 지역 1만여명을 대상으로 건강조사원이 가정 방문해 설문했고 6251명이 응답한 결과다.
◆돈때문에 스스로 사선(死線)에 선 사람들
병원 진료와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것은 국가나 지역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조기발견 및 적정치료를 받으면 어느정도 질병 치유가 가능함에도 치료시기를 놓쳐 중증 질환자로 전이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보건 비용 증가로 이어질수밖에 없고, 사회적으로도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제력이 낮고 가족들의 돌봄기능이 약한 독거노인들에 대한 대책은 시급한 현안이다.
본보가 지난해 쯔쯔가무시병 감염환자의 사망 실태를 추적한 결과, 충남 모 시군의 70대 독거노인은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자진 퇴원했다가 증세가 심화돼 결국 숨졌다.
당시 병원은 강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원을 권유하는 선에서 머물렀고, 결과론적으로 사지로 내몬 사례가 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보건당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불균형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이석 기자 abc@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