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약자 보건안전망 허점 잇따라 지적
권익위, 차상위계층 진료비 지급방안 권고

국가로부터 무상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일시적으로 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부족한 사회취약계층의 의료장벽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사회취약계층에 속한 응급환자들의 의료권익 방치 현장을 고발한 금강일보의 ‘쯔쯔가무시병 노인 사망 보도(본보 2011년 11월 7일자 1면 등 보도)’와 ‘응급환자 진료비 폭탄(2011년 11월 29일자 1면 등)’ 보도가 잇따라 정부 정책의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의미있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권익위, 진료비 대불제도 유명무실 지적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현행 의료비 대불제도의 실효성 확보 방안을 마련하도록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복지부에 대한 제도 개선 이유로 저소득층 환자들이 연대보증인을 세우지 못해 병원에서 입원 진료가 거부되거나, 다른 병원으로 떠넘겨지는 등 현행 의료비 대불제도가 유명무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장애인, 노인층의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한 국가적 노력은 계속되고 있으나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기소중지자 등 차상위계층은 진료권익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의료급여 대불제도 지난 2010년엔 고작 7건
권익위에 따르면 최근 전국 30여개 시·군·구 보건소와 8개 대형병원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가가 실시하는 의료급여 대불제도와 응급의료 미수급 대불제도의 실효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9년부터 시행된 의료급여 대불제도는 입원진료비가 없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해 일정기간 동안 진료비를 빌려주는 제도다. 그러나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의 본인부담금 중 급여부분에 한해 지원하고, 입원시 많은 부담을 야기하고 있는 비급여 부분에 대해선 지원이 없어 의료장벽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의료급여 대불제도를 이용한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1998년에 309건(2억 3000만 원)에서 2010년에는 7건(788만 원)에 그쳐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익위 “저소득층 응급환자 다른 병원 떠넘기기 만연”
지난 95년부터 국가가 응급환자를 대신해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우선 지불하는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제도’도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신청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최종적으로 진료비가 의료기관에 지불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신청한 진료비에 대해 심평원이 지급을 거절하는 비율이 2010년엔 32%에 이르고 있어 수익성을 중요시 하는 민영병원 일수록 제도이용 자체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의료기관이 노숙자, 행려자와 같이 소재가 불명한 응급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하고도 진료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나머지 환자를 타 병원으로 이송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권익위 권고안은 무엇?
권익위가 복지부에 제시한 권고안은 우선 의료급여 대불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원 범위를 비급여 본인부담금으로 확대하고, 의료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계층도 제도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대불 신청 절차와 증빙 서류를 간소화하고 노숙자 등 소재를 알 수 없는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비 지급 방안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대불제도 이용률이 높은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하는 한편, 제도 활성화 과정에서 발생하기 쉬운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하도록 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 권고는 경제적 이유로 건강권이 침해되거나 병원 입원과정에서 차별받는 등의 의료장벽 문제점이 해소돼 사회적 약자 계층이 더욱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서이석 기자 abc@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