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례 작전은 실패했지만 목숨 걸고 사지에 뛰어든 용기·희생정신 후대 귀감

6.25한국전쟁 당시 대전역에 근무하던 철도원 4명이 참여한 ‘딘 소장 열차구출작전’은 세계 전쟁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구출작전으로 꼽힌다.

작전지역인 대전지역이 이미 적의 수중에 들어가 살아 돌아올 확률이 거의없음에도 미군 특공대와 민간인 신분의 철도원이 공동으로 구출작전에 나서고, 두번에 걸쳐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상 전무후무하다.
특히 1차 구출 작전에서 특공대원이 궤멸당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2차 구출 작전에 철도원들이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때문에 딘 소장 구출작전이 끝내 실패로 귀결된 군사작전이지만 ‘용감한 철도원’으로 한국 철도인 역사와 세계 전쟁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 때문이다.

당시 구출작전에 참여한 철도원들의 생전 증언과 유가족들의 전언 등을 종합할 때 딘소장 구출작전은 1950년 7월 19-20일경 1차와 2차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파죽지세인 북한군에 밀리던 우리군과 미군은 대전 공방전에서 많은 희생을 당했고, 최후까지 대전지구 사수를 진두지휘했던 딘 소장은 미처 탈출하지 못했다. 미군은 딘 소장의 행방불명을 확인하고 특공대 33명을 조직하고 열차를 이용해 적진에 들어가 구출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적의 수중에 들어간 대전으로 열차를 몰고 진격해 구출한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기관차를 몰고 적진에 뛰어들은게 바로 김재현, 황남호, 현재영, 장시경 철도원 4명이다.

1차 구출작전에는 김재현 기관사와 황남호, 현재영 기관조사(현 부기관장)가 미군 특공대 33명을 기관차 미카3-129호에 태우고 대전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세천 큰굴다리를 앞두고 양쪽 언덕에서 북한군의 총알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졌다. 무차별 공격을 뚫고 가까스로 대전역에 도착했을때는 오후 4시 20분경.

대전은 검은연기에 힙싸여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미군 특공대원 중 10여명도 이미 희생됐다. 미군 특공대가 내려서 역구내 일대를 약 1시간 동안 수색했지만 딘 소장의 행방은 알길이 없었다.

결국 구출작전에 성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철수에 나선 특공대는 옥천으로 철수에 나섰으나 다시 세천 근처에서 적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군결사대는 단 1명의 부상자를 제외하고 전멸당했고, 김재현 기관사도 가슴에 관통상을 입고 쓰러졌다. 그는 전신에 8발의 총탄이 관통돼 달리는 열차안에서 숨을 거뒀다. 현재영 기관조사도 총탄에 쓰러졌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마지막 남은 황남호 기관조사가 있지 않았다면 몰사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2차 구출작전은 곧바로 추진됐다. 하지만 열차를 운전할 기관사가 없는 상황. 신호원이었던 장시경 철도원이 투입되고, 미군 특공대 20명이 목숨건 2차 구출작전에 뛰어들었다.

장시경 철도원은 신호원으로 기관사 역할은 곁눈질로만 아는 수준이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2차 구출 특공대 역시 실패로 끝났다. 옥천역으로 후퇴하던 특공대는 지금의 대전 동구 판암동 부근에서 매복중인 적의 집중사격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장시경 철도원도 당시 머리 등에 총상을 입었다.

딘 소장 열차구출작전은 미군 특공대의 용감함과 한국 철도인의 기상을 보여준 사건이지만 너무나 큰 댓가를 치렀다. 김재현 기관사의 유해는 동료들에 의해 영동지역의 산에 묻혔다가 휴전협정 후 다시 고향인 충남 논산으로 이장됐다. 이어 1983년 6.25전쟁 발발 33년만에 대전지방철도청과 유족들의 협조를 받아 철도인으로는 최초로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또 대전철도국 직원들은 1962년 12월 5일 성금을 모아 김재현 기관사가 적의 흉탄에 맞아 산화한 지점인 대전 동구 삼정동 철로변에 ‘김재현 기관사 순직비’를 세웠다. 이와 함께 황남호, 현재영, 장시경 철도원도 퇴직 후에도 모두 대전에 거주하다 2006년과 2010년, 2011년 각각 삶을 마감했으며, 현재영 철도원과 장시경 철도원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또 대전 신탄진에 위치한 대전철도차량관리단에는 당시 구출 작전에 투입된 미카3-129호 증기기관차가 전시돼 당시 대전 철도인들의 활약상과 전쟁의 아픔을 기리고 있다.

서이석·이기준 기자 ab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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