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정치부장

먼 훗날의 얘기로만 들리던 충남도청 이전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1월 충남도의 시무식을 내포신도시 신청사에서 갖는다니 충남도청의 대전시대는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한 가정집 이사하는 일도 지극히 복잡하고 심란한데 3000명의 공무원을 거느리고 있는 도청이 이전을 한다니 그 어려움을 헤아려 짐작할 만하다. 같은 시기에 이전을 준비하는 충남교육청과 충남지방경찰청 등의 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겠다.

이전을 준비하는 충남도를 곁에서 지켜보자니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가장 큰 난제는 역시나 돈이다. 신도시에 부지를 확보하고 엄청난 규모의 청사를 건립해 이전을 하자니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가뜩이나 재정이 넉넉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는 이전을 준비하는 한 단계 한 단계가 고행의 연속이다. 국회 파행으로 막바지까지 살얼음판을 걷던 국비 지원문제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난히 해결돼 그나마 다행이다.

도청 이전과 관련한 많은 난제들 가운데 하나는 현 청사와 부지에 대한 처분 문제이다. 워낙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문제이다 보니 현 도청사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관련된 모든 기관이 입조심으로 일관하다가 이제와 조금씩 말문을 여는 형국이다. 매각에 나서야 하는 충남도, 매입 대상 1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대전시를 비롯해 정부 각 기관들도 모두 섣불리 의견을 앞세우지 않았다. 현 청사를 매각해야 하고 매입 1순위는 대전시라는 총론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인 방법론에 있어서는 방향에 차이를 두고 있다. 현 도청사 처리문제는 그만큼 지역의 민감한 문제이다.

본관과 부속 건물로 분류돼 있는 충남도청사는 본관이 국가지정 문화재로 등록돼 있어 함부로 개보수나 증개축을 할 수 없다. 그러니 개인이나 법인이 매입해 활용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전시가 매입해 적절한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고 대전시도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발전연구원을 통해 도청사 활용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연구원은 ‘대한민국 문화예술창작복합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는 용역결과는 발표했다.

대전발전연구원의 용역 결과와는 별개로 그 동안 도청부지 활용 방안에 대해 각계에서는 대규모 상업시설 유치, 중구청 이전, 문화예술대학 캠퍼스 조성, 시민공원 조성 등등의 분분한 의견을 제시했고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한 후보는 서울대 캠퍼스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금껏 발표된 갖가지 안(案)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다분히 기관이나 단체의 아전인수식 제안이거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성 면에서는 다소의 부족함을 보이고 있다. 일부는 현행법에 저촉되기도 하고 일부는 막대한 비용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다.

문화예술창작단지를 유치하는 방안 보다 진일보한 전향적이고 개방적인 도청부지 활용방안을 구상해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임대 공간을 활용하고 있는 대전도시공사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마케팅공사, 시설공단, 도시철도공사 등등을 한데 모으고 대전발전연구원, 대전문화산업진흥원, 대전신용보증재단, 대전교통문화센터, 대전테크노파크, 대전문화재단 등 수없이 많은 산하기관들을 집적화 시켜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안되면 대전시가 이전 할 수도 있다는 자세로 도청사 활용문제를 접근해달라고 제언한다. 원도심 주민들에게 그 보다 큰 선물은 없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