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전문가들, 대전선병원 국제심포지엄서 한목소리

“우리나라에서 사고 발생 뒤 적정 치료만 받았더라도 살릴 수 있는 중증외상환자가 한해 3500여명에 달합니다. (충남대병원 유인술 교수)”

“미국은 최고수준의 ‘레벨1’에 해당하는 중증외상센터만 105개 입니다.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은 각종 사고에 따른 사망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는 객관적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병원 피터 리 박사)”

대전선병원은 지난 27일 선치과병원 강당에서 국내외 응급의학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중증외상센터 설립에 대한 국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대전선병원 중증외상센터 박문기 센터장,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 서울대 응급의학과 서길준 박사와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머리에 총상을 입은 미국 하원의원을 살려내 미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한국계 의사 피터 리(Peter M. Rhee) 박사가 각각 주제발표에 나서 중증외상센터 조기 도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대전, 인구대비 중증환자 발생률 전국 1위
충남대병원 유인술 교수는 이날 “한국은 외상센터 지정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최종치료제공이 불충분하고 전문치료센터도 전무해 실질적으로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는 높은 사망률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중증외상 환자의 예방가능한 사망률이 지난 1998년 50%에서 지난 2010년 35%로 개선됐지만 미국과 일본의 10-15%에 비해 여전히 높다는 게 유 교수의 판단이다.

특히 지역별 중증외상환자 발생규모(2010년 기준)는 인구가 밀집한 서울과 경기 등의 발생도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으나 인구 10만명 당 비교에선 대전이 전국 최고치인 107명을 기록하며 서울(61명), 경기(46명) 등을 크게 웃돌아 외상전문센터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계 숙원 ‘권역외상센터 설립’ 국회서 표류
현재 국회에서 공전 중인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위한 응급의료기금 확충방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6개 권역외상센터 설립을 위해 현재 400억 규모의 응급의료기금을 2000억 원으로 확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응급의료 선진화 추진안을 내놨으나 기재부가 예산 규모에 난색을 표해 관련 예산의 국회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1월로 예정됐던 외상센터 공모 계획도 3∼4월 이후로 미뤄지고 있고, 예산 확보여하에 따라 사업방향의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피터 리 박사·이국종 교수 “중증외상센터 조속히 설립돼야”
교포 3세인 피터 리 박사는 이날 자신이 근무 중인 애리조나 주립대병원의 사례를 들며 조국의 의료계 발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애리조나주립대병원의 외상전담팀 인원이 한국에서 병원 하나를 운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외상센터 구축에 따른 전문의·간호인력 확보 ▲분야별 협업시스템 ▲응급구조사 교육 ▲수련의 교육 ▲연구프로그램 확충 등을 역설했다. 이국종 교수도 “우리나라는 중증외상센터에서 환자를 치료할 전문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부와 병원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서이석 기자 ab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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