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 그리스 사람 이솝은 노예이자 이야기꾼이었다. 그가 남긴 이솝 우화(寓話)에는 의인화(擬人化)된 동물들을 등장시켜 인간들의 허구와 잘못됨을 꼬집고 있다. 이솝우화는 지금도 어린이들의 덕성교육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읽어보면 내용도 간단명료하고 동물들의 특성을 잘 표현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솝이야기는 한마디로 인기 짱이며 불후의 명작이다.
이솝 우화에 부끄럽게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박쥐의 삶이 등장한다. 옛날 무슨 사연 때문인지 육지동물과 하늘을 나는 새들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요새말로 표현하면 육군과 공군이 한판 붙은 것이다. 땅을 밝고 살아가는 육지동물들은 똘똘 뭉쳐 새들을 물리치기위해 모여들었다. 하늘을 주름잡는 새들도 급히 연합군을 편성해 대응키로 했다. 서로가 내편 만들기가 시작된 것이다. 박쥐에게도 영입 손길이 미쳤다. 그러나 박쥐는 냉큼 나서지 않았다.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면서 처신에 신중을 기했다. 초전은 육지 동물 쪽에 유리 해 보였다. ‘때는 이 때다’ 며 박쥐는 육군 쪽으로 찾아 나섰다. “나는 다리가 넷이나 가지고 있는 육지 동물이다”며 육지동물 편에 서서 싸움을 했다. 전쟁이 오래 끌면서 내분이 생겨났고 전쟁은 새들 쪽으로 유리해져만 갔다. 박쥐는 육군 쪽을 빠져 나와 공군 쪽으로 달라붙었다. 한마디로 변절을 한 것이다. “나는 날개를 가진 동물이다. 애시 당초 새쪽에 붙었어야 했다”며 하늘 편에 서서 싸우겠다고 염치없게 달라붙었다. 그런데 전쟁은 얼마 후 서로 간에 상처만 남긴 채 무승부로 끝나게 됐다. 평화 협정이 체결 된 것이다. 이편저편 왔다 갔다 하던 박쥐는 난감해 졌다. 양심이 부끄러웠다. 밝은 태양을 보기가 정말 괴로웠다. 이때부터 박쥐는 동굴 속에 쳐 박혀 빛을 보지 못했다. 그것도 거꾸로 매달려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말이다.
선거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4월 총선이 코앞에 다가왔고 12월에는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인지 박쥐같은 변절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 했다.
추운 곳에서 따뜻한 곳으로 왔다 갔다 하는 철새는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새들의 법칙이다. 그래서 철새는 나무랄 수가 없다. 그런데 정치판 철새는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 지난해 말 충청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선진당 의원 3명이 탈당하면서 민주통합당으로 갔고 그중 1명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평당원으로 갔다. 어느 정치인은 30년 정치생활에 당을 17번이나 바꿨다고 한다. 결과를 떠나 당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 한 일이다.
어느 당이건 당에는 정책과 이념이 있게 마련이다. 이솝의 박쥐처럼 당을 떠났다면 유권자를 배반 한 것이나 다름없다. 명분이야 친정으로 돌아간 것이라고는 핑계를 댈 수 있지만 선진당에서보면 은혜를 원수로 보답한 꼴이다. 별 말 없이 따라 나선 군수나 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더욱더 한심하다. 꼭두각시 소리를 당연히 듣는다. 당의 목표지향점이 자신과 너무 판이하게 다르거나 충돌이 생겨 떠났다면 이는 변절이 아니다. 과거 정권 하에서는 국회의원 들이 뜻하지 않게 당적을 바꾸기도 했다. 그 당시에는 외압이 따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요즘은 외부적 환경 요인이 없는 데도 시도 때도 없이 철새박쥐가 날아든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라 춥고 더운 온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저 당선 만 되면 그뿐이라는 태도다. 선거가 임박해지자 여·야는 환골탈퇴(換骨脫退)를 하기 위해 총선 공천을 깨끗하게(?)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어쩜 현역의원 상당수가 탈락 하거나 정치판을 떠날 것이다. 새로 생겨난 당에서는 소위 ‘이삭줍기’도 나설 것이다. 장수가 싸움터를 잃어버리면 할 일이 없어진다. 그래서 공천에 탈락한 일부의원들은 또 다른 검투사로 태어나기위해 이곳저곳을 떠돌며 용병이 될 것을 주문 할 것이다. 사람이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의리와 절개를 지켜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시류에 따라 그때그때 변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 그러나 명분이 따라야한다. 이득과 욕심이 앞선 선택은 후에 배신과 변절이라는 낙인만 찍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차라리 변절자가 되기보다는 명예를 지키는 게 옳은 처신이다.
정치인은 항상 신의가 뒤따라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들은 나를 대신해 일을 해달라고 주문을 받은 사람들이다. 당을 보고 투표를 하는 것은 집단으로 세력을 형성해 큰일을 해달 라는 주문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뽑아 주었으면 당에 대한 책임도 져야한다.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철새 정치인들을 어떻게 심판 할지? 또 종착역은 과연 어느 곳이 될지? 자못 결과가 궁금하다. 모든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