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들 설문 응답 개입 등 부작용 우려
전수조사 참여율 25%…신뢰성 논란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실시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 학교폭력 조직인 일진회가 있다고 파악된 학교 명단을 내달 공개한다. 매년 학교 정보공시 사이트에 공개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폭력 실태에 대한 학교별 분석 보고서를 공개해 적극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자칫 정보공개로 ‘폭력학교’ 여부를 낙인찍는 식이 될 경우 이를 회피하기 위한 비교육적 행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올해 초 전국 1만 1672개 초·중·고교생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폭력 전수조사 결과를 담은 실태 보고서를 학교별로 만들어 내달 발간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각 학교는 이 실태 보고서를 토대로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학부모에게 알리게 된다.
공개되는 주요내용 중 각 학교별 설문 회수율, 피해응답률, 피해유형별 통계 등 3항목은 가정통신문과 학교 정보공시 등을 통해 공개된다. 다만 학교폭력 피해의 구체적인 사례가 적힌 주관식 서술문항의 분석 결과는 열람을 원하는 학부모에게만 공개하고, ‘학교에 일진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만 공개된다.
교과부 전수조사에서 ‘우리 학교에 일진이 있다’는 응답이 한 명 이상 나온 학교는 9579개교였고, 재학생 100명 이상이 ‘일진이 있다’고 대답한 학교는 643개교였다.
교과부 학교폭력근절팀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정보를 학교만 아는 거냐’는 문의를 계속 해왔다”며 “국비를 들여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전수조사 정보의 활용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해 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교과부는 매년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해 학교 정보공시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대전의 한 중학교 교사는 “관련 자료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참고할 정도의 자료로 보인다”며 “자칫 정보공개로 ‘폭력학교’ 여부를 낙인찍을 경우 학교 입장에선 낙인효과를 벗어나기 위해 폭력 가해·피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지도보다는 눈에 띄는 성과 위주의 대처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폭력피해 응답률로 평가 받게 되면 이런 성과지표를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설문 응답에 개입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25%의 회수율에 그친 이번 설문조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설문 결과가 공개될 경우 당초 학교폭력 해결이라는 목표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 사무처장은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통해 폭력실태를 알리는 것과 정보 공개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은 다른 의미”라며 “모두에게 공개가 됐을 때 시민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설문조사에 대한 신뢰성보다는 공개된 내용 자체를 받아들이게 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학교는 기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사무처장은 “(분석된 데이터가 갖는 의미와 함께 어떻게 활용될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정적 지표들을 공개했을 때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체 공개 여부는 재검토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수조사는 학생들의 참여율이 25%에 불과해 조사를 담당했던 한국교육개발원측도 ‘표본으로서의 의미를 갖긴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