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시원하게 넘어간 대머리, 또는 대머리가 될 것 같은 사람을 두고 우리는 흔히 ‘머리가 벗겨졌다, 벗겨진 머리’ 등으로 쓴다. 그러나 머리는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벗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머리가 벗어지다, 벗어진 머리’로 사용해야 옳다.
‘벗어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흘러내리거나 떨어져 나가다. 누명이나 죄 따위가 없어지다. 머리카락이나 몸의 털 따위가 빠지다. 피부나 거죽 따위가 깎이거나 일어나다. 때나 기미 따위가 없어져 미끈하게 되다.’의 뜻이다.
‘벗겨지다’는 ‘덮이거나 씌워진 물건이 외부의 힘에 의하여 떼어지거나 떨어지다. 사실이 밝혀져 죄나 누명 따위에서 벗어나다.’의 뜻이다.
사전의 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 둘의 차이는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냐 아니냐이다. 외부의 힘이라는 것을 신발을 통해 풀어 보자. 걷다가 신발이 커서 저절로 발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은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으므로 이 경우는 ‘벗어진’ 것이다. 그러나 신발을 벗으려고 잡아당겼고, 그 당긴 외부 힘에 의해 발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벗겨진’ 것이다.
이처럼 외부의 힘에 의한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벗어지다’와 ‘벗겨지다’가 구분됨을 알면 된다. 따라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머리를 다 뽑아버리는 경우라면 ‘벗겨진 머리’가 맞다. 그러나 머리는 나이가 들거나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저절로 빠지는 것이므로 ‘벗어지다’이다. 귤껍질도 껍질이 저절로 알맹이에서 분리되면 ‘벗어진’것이며, 누군가 떼어냈거나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 분리된다면 ‘벗겨진’ 것이다.
선거공약은 과대포장이라는 천이 덮인 경우가 많다. 저절로 벗어지는 일은 없으므로 유권자가 잘 살펴서 과대 포장이 벗겨진 공약을 가지고 신중히 평가해야 한다.
<본사 총괄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