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 폭력 갈수록 심각 속수무책

학교폭력 이슈에 묻혀 교관보호는 뒷전

대전의 모 중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지난해 학교폭력 가해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로서 회의를 느꼈다.

가해학생에게 경위서를 제출토록 시킨 이후 학생의 가족들이 교무실에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경위서를 제출케 했다는 이유에서 학생 전체에게 공개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당시 상황에 A 교사는 물론 주변 교사들 모두 큰 무력감을 느끼며 교사로서의 자긍심에 손상을 입었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충남 공주의 또 다른 초교에서는 6학년생 학부모가 자신의 아들을 체벌한 교사를 교실에서 폭행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힌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군사부일체도,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미덕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예의라고 치부해도 교권침해의 심각성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시대를 막론하고 줄곧 제기돼 온 문제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며 교실붕괴마저 우려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부모 세대의 초·중등학교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교권침해 사례 중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수업권이나 생활지도권 행사를 방해하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8일 공개한 ‘2011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총 287건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 중 40%(115건)는 ‘학생·학부모에 의한 부당행위’로 교권침해가 발생했다. 부당행위에는 학생지도에 대한 폭행·폭언이 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10년 47건보다 38.3% 증가한 수치다.

경미한 체벌에 대한 담임교체 요구와 폭언(29건), 학교 운영과 관련한 학부모 및 인근 주민의 부당한 요구(21건) 등도 뒤를 이었다. 또 학교안전사고(45건, 15.7%)와 학교폭력 등 피해(42건, 14.6%), 신분피해(38건, 13.2%), 교직원 갈등(31건, 10.8%), 허위사실의 외부공표로 인한 명예훼손(16건, 5.6%)도 여전했다.

학교안전사고에 의한 교권침해는 학부모가 자녀의 사고 이후 과한 피해보상을 요구하거나 교사에게 적정수준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교총의 설명이다. 교총 관계자는 “학교현장의 교권침해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교원의 사기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학생들에 의한 교권침해가 증가하는 것은 교실붕괴 현상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교권침해를 예방하고 교육관련 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해결하기 위한 법적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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