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추풍낙엽을 보는 듯하다. 권력무상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고 있다.
조나라, 위나라, 초나라, 연나라, 제나라를 잇달아 무너뜨리고 기원전 221년 중국 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진나라가 자손만대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덕이 삼황(三皇)보다 낫고 공적은 오제(五帝)보다 높다고 생각해 자신의 칭호를 왕에서 황제(皇帝)로 바꾼 사람이다. 이어 그는 자신이 첫 황제이므로 ‘始(처음 시)’자를 붙여 ‘시황제(始皇帝)’라 칭했다. 그런 이후 아들을 二世皇帝 그 다음을 三世皇帝라 부르도록 했다.
진시황은 또 황제의 명(命)은 제(制), 령(令)은 조(詔)라 하고 짐(朕)과 옥새(玉璽)란 말도 황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사(李斯)를 시켜 천하제일의 명옥(名玉) 화씨지벽(和氏之璧)에 ‘하늘에서 명을 받아 영원히 번창 한다’라는 뜻의 ‘受命于天 旣壽永昌’(수명우천 기수영창)이라고 새긴 옥새를 만들었다.
그러나 불로장생과 영원한 제국을 꿈꿨던 진시황은 천하통일 11년만인 기원전 210년에 사망하고 말았다. 이 같이 하늘을 찌를 듯하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진나라도 2세 황제 호해에 이르러 2대 15년 만에 패망하고 말았다. 진시황 사망 후 5년을 넘기지 못했다.
2007년 대선당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 브레인이었고 현 정권의 핵심인 인사들의 수난이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7억 원의 차명계좌 의혹에 연루돼 일찌감치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입법부의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고 물러났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권의 2인자로까지 불렸던 최시중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개발사업과 관련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 위원장의 경우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데다 대선자금(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가 번복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최 위원장에 대해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밖에 선대위에서 팀장으로 활동했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각종 의혹에 연루돼 홍역을 치뤘거나 치르고 있다. 또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박형준 전 정무수석과 나경원 전 의원 그리고 공보특보를 맡았던 이동관 전 대통령 홍보수석 등도 이런저런 이유로 19대 총선과정에서 공천도 받지 못했다.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 같다. 출범 초기만 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 했고 나는 새도 떨어뜨릴 듯 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막강한 권력이라도 끝이 있기 마련이다. 역사를 보면 망하지 않는 영원한 기업도 없고 영원한 정권도 영원한 국가도 없었다.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핵심이었던 인사들이 줄줄이 철퇴를 맞고 있어 국민들은 얼마나 더 많은 비리가 드러날지 주시하고 있다.
아직 임기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19대 당선자나 차기 대권을 노리는 대통령선거 출마자와 그 주변 인물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하여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고 천하를 호령하는 권력가라도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정권이 탄생할 때 마다 최고 통치권자는 가장 깨끗하고 도덕적인 정권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역대 거의 모든 정권이 아주 평범하고 쉬울 것 같은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올해 12월 대선에서 출범할 다음 정권은 과거 정권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