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3만명 상수도 6411억 ··· 소규모 마을에도 일률적 설치

충남 아산을 비롯한 구제역 가축 매몰지 상수도시설에 과다한 혈세가 투입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음용수 안전성과 예산 집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간한 ‘토양·지하수환경 보전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8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구제역 바이러스 전염 차단을 위해 소·돼지를 파묻은 지역에 일률적으로 상수도시설을 설치, 독립가구 및 소규모 마을 등 지나치게 적은 인구를 가진 지역에까지 상수도관을 연결해 재정 투입의 비효율성을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급수인구 23만 3000명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총 사업비 6411억 원(국고 4428억 원 포함)을 들여 상수도관을 설치, 1인당 약 275만 원이 소요됐다. 상수도시설 공사비는 사업 범위가 확대되면서 계속 늘어나 1인당 비용은 2010년 12월 240만 원에서 2011년 3월 275만 원, 7월 339만 원으로 증액됐다.

1인당 사업비가 500만 원을 넘는 구역은 38곳으로 해당 지역에 들어간 총 사업비는 2142억 원(국고 1456억 원)에 달한다. 1인당 사업비가 1000만 원을 초과한 지역에는 충남 아산·당진·예산·천안·홍성 등이 포함됐는데 아산의 경우 주민 102명에게 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해 61억 6500만 원이 투입돼 1인당 무려 6044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됐다.

당진(2곳)은 1인당 2091만 원(급수인구 1431명-사업비 299억 2400만 원)과 1591만 원(679명-사업비 108억 600만 원), 예산(2곳)은 2006만 원(434명-사업비 87억 700만 원)과 1240만 원(444명-사업비 55억 700만 원), 천안은 1317만 원(224명-사업비 29억 4900만 원), 홍성 1196만 원(2210명-사업비 264억 4000만 원)이 가축 매몰지 상수도시설 설치에 집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축 매몰지는 약 5m 깊이로 조성돼 주변 심층 지하수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데도 막대한 재원을 들여 상수도관을 설치함으로써 국민 혈세를 낭비한 꼴이 됐다는 게 국회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소규모 주민이 거주하는 매몰지에는 100m 이하의 땅속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활용하는 마을상수도 또는 소규모 급수시설을 제공하면 상수도관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굴착 심도 150m, 취수량 100㎥/일 규모의 지하수를 개발하는 데 약 2770만 원이 든다”고 밝혔다. 이는 약 300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수량(水量)으로 먹는 물로만 사용하면 1인당 하루 5ℓ씩 2만 명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규모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적은 급수인구를 대상으로 장거리 상수도관을 설치하면 톤당 투자비가 불어나 물값 인상 요인이 되므로 심층 지하수 이용을 늘리는 게 주민에게 유리하다”며 “가축 매몰지에 무조건 상수도를 공급하는 미봉책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을 고려한 물 공급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의 가축 매몰지는 구제역 407곳과 AI(조류독감) 10곳을 합쳐 총 417곳으로 조사됐고, 대전은 단 1곳(구제역)으로 조사됐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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