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쟁의 예고 속 교육당국과 평행선 여전
'교섭주체' 놓고 이견 법원-노동부도 엇갈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연대회의(이하 학비연대)가 교육당국과의 단체교섭을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걷고 있다.
학비연대는 교육감을 사용자로 보고 단체교섭을 요구(본보 3월 20일자 등 보도)하고 있지만, 교육청은 사용자를 학교장으로 보고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학비연대는 보수 인상과 정규직 전환 등에 대해 내달 말까지 당국의 성실한 답변이 없을 경우 9월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을 예고(7월 20일자 6면 보도)하고 있어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례 없는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학교 업무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
◆학비연대 전면투쟁 선언
학비연대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등을 상대로 9월 쟁의행위를 예고한 상태다.
올해 3월 결성된 학비연대는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 3개 노조의 조합원 3만 여 명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교과부 등을 상대로 호봉제 전면 시행, 전 직종 무기계약 전환, 교육감 직접고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8월말까지 교과부가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개학 이후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이다.
◆단체교섭 주체는 누구?
교과부와 시도교육청들은 학교 비정규직은 학교장이 채용해 학교회계에서 보수를 지출하며 교육 관련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 일반 노동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사용자를 학교장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학비연대는 실질적인 사용자를 교육감으로 보고 교육청과의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놓고 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이 엇갈린다.
최근 학비노조 등의 압박을 받던 일부 교육청은 고용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노동부는 ‘해당 학교장이 아니라 교육감이 교섭의 주체’라고 판단했다.
노동부 산하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교육감이 사용자’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반면 시도교육청은 ‘학교장이 교섭의 주체’라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의 판결을 근거로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2007년 11월 전국 학비노조가 부산교육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정규직과 직접 근로계약을 하고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내리는 학교장이 사용자’라고 판시했다.
항소심에서도 원심은 유지됐다.
◆파업시 대란 불가피
방학 중 학비연대와 교육당국 간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쟁의행위가 벌어질 경우 2학기 개학과 동시에 학교급식 등의 업무에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학교비정규직은 급식종사원(영양사·조리사·조리원), 교무보조, 특수교육보조, 과학보조, 행정보조, 전산보조, 사서, 학부모회직원, 시설관리직, 체육경기지도사, 초등돌봄강사, 교육복지사, 전문상담원, 청소원 등 50여 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학비연대는 각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교육청의 직접 고용과 무기계약 전환 등을 골자로 하는 단체교섭 요구를 계속하며 내달 대시민 선전전 등을 펼칠 계획이다.
천성인 대전학비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대전시교육청에 6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매번 거부당했다”며 “이는 부당노동행위로 24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천 위원장은 “학교현장 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모든 책임은 교육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말봉 충남학비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충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교육감이 사용자이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나서라고 결정했지만 도교육청은 이에 불복하는 것도 모자라 ‘공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까지 내놓고 있는 상태”라며 “쟁의행위로 이어질 경우 학교 현장에서 조성되는 여타의 모든 혼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감에 있음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