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개 홈런포를 작렬시킬 수 있는 선수는 체구가 크고 발이 느린 특성을 갖는다. 보통 150m에 이르는 펜스까지 공을 넘기려면 그만한 파워를 갖춰야 하는데 그 파워를 갖춘 선수들은 대개 큰 체구를 갖고 있다. 반대로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은 가벼운 몸무게를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루를 성공시키기 위한 스피드를 가지려면 큰 체구가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즉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구선수에게 있어 파워와 스피드는 어쩌면 선택사항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호타(파워)와 준족(스피드)의 기능을 겸비한 선수도 있다. 그래서 ‘20-20클럽’이란 기록이 있다. 한 시즌에 20개 이상이 홈런을 날리고, 2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선수를 ‘20-20클럽’ 가입선수라고 칭한다. 30년 넘는 역사가 흐르면서 ‘30-30클럽’ 선수까지 등장했다. 국내 선수 중 호타준족의 상징적 존재인 박재홍이 3차례 대기록을 달성했고, 이종범, 이병규, 홍현우 그리고 용병 데이비스가 1차례씩 ‘30-30클럽’에 가입했다. 겸비하기 어려운 파워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이들은 야구선수로서는 보배 같은 존재이다.
국가의 경쟁력도 야구 기록과 같아서 적지 않은 인구를 갖고 높은 1인당 GDP를 유지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20-50클럽’이 존재한다.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서고 전체인구가 5000만 명을 넘어서는 국가들의 집합체이다. 대한민국은 지난 6월 23일을 기해 인구 5000만 명 시대를 열었고, 그러면서 ‘20-50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앞서 ‘20-50클럽’에 가입된 국가는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 가입국이 됐다.
인구대국인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은 소득수준이 아직 미흡하고 대만,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은 1인당 GDP가 높은 경제강국이면서도 인구가 적어 진정한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인구대국은 파워를 갖춘 거포 야구선수, 경제강국은 스피드를 갖춘 발 빠른 야구선수에 비할 수 있다. 야구에서 홈럼타자이면서 도루를 구사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듯이 인구가 많으면서도 경제적 성장을 이뤄내는 국가는 많지 않다. 지금껏 단 7개 국가만이 그 고지를 밟았다. 그 중 하나가 불과 50년 전 지구상의 최빈국 중 하나로 지목됐던 대한민국이라 하니 우리 국가와 민족의 저력이 놀랍고도 자랑스러울 뿐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뿌듯한 일인가 거듭 생각해보게 된다.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어선 국가는 53개국이고,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도 26개국에 이른다. 하지만 홈런타자가 도루에 약하고, 도루왕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기가 어렵듯 이 2가지 요건을 충족한 국가는 단 7개국뿐이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우리는 5년 이내에 ‘30-50클럽’ 가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클럽에 얼마나 오래 머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인구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5000만 명 인구를 유지해 나가기가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는 성장일변도의 정책을 펴오면서 ‘부의 집중’이라는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제는 ‘나눔’을 실현해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국내에서의 소득 불균형을 해결해 나가야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구촌 곳곳에서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빈민들에게도 온정을 베풀어야 할 책무를 갖게 됐다.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도 예상된다. 가까스로 ‘20-50클럽’에 가입은 했지만 지키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았다. 그래도 일단은 호타준족 코리아 만세다 만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