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무더위로 꽃 이미 지고 연잎만 무성
눈도 입도 귀도 황홀…행사내용은 합격점

연꽃축제가 열린 부여 궁남지 주변에 연꽃은 없고 연잎만 무성하다.
화려한 불꽃쇼와 함께 29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제10회 부여서동연꽃축제.
연일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축제기간 내내 수많은 인파로 대성황을 이루었다.
예년에 비해 관내지역 주민이 아닌 타 지역관광객이 유난히 많이 찾은 것으로 파악돼 이제 하절기 전국적으로 유명한 축제로 발돋움한 서동연꽃축제의 성과와 과제를 집중 점검해 봤다.

◆ 전국적인 축제로의 위상 실감.
경찰과 축제장을 찾은 지역주민, 관광객과의 고성이 오고 갔다.
지난 26일 축제의 개막식이 열린 궁남지 수상무대 주변에서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관광객들을 통제하느라 경찰은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경찰서장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가운데 경찰과 관광객과의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추산 1만 5000명이상의 예상치 못했던 인파가 몰려든 가운데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 측은 야간에 궁남지 주변 행사장을 찾은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대성황을 이룬 개막식에 이어 다음날부터는 주제가 있는 테마 프로그램을 통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무더위를 잊고 있었다.

서동공원과 백제보에서는 연꽃그림축제와 사진전, 연요리 전시, 연잎차를 이용한 다도시현행사가 인기리에 진행됐고, 궁남지 주위에 넓게 자리한 학습·낭만·사랑·재미존에서는 연인끼리 참여하는 다양한 체험행사가 열렸다.
웰빙 굿뜨래 농특산물 체험 및 판매장에서는 멜론을 비롯 제철을 맞은 농산물과 가공식품, 연 관련 아이스크림, 국수, 밥 등의 시식과 판매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축제의 백미(白眉) 수상무대에서는 밤낮없이 청소년음악회, 명화상영, 7080포크송 공연, 국악 한마당, 일본을 비롯한 해외공연단의 공연 등이 쉼 없이 진행돼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청주에서 초등학교 자녀를 둔 자모들끼리 부여를 찾아 롯데리조트에 투숙하고 행사장을 찾았다는 A(38·여) 씨는 “말로만 들어왔던 서동연꽃축제를 통해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었으며 아이들도 여러 가지 체험행사를 통해 알찬 휴가를 보냈다” 며 “특히 궁남지에서 있었던 아이들과의 카누체험은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단위의 축제로 비상한 서동연꽃축제는 다음과 같은 숙제를 남기로 4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 성과보다 숙제를 많이 남긴 축제

38만㎡의 연지에는 연꽃은 지고 연밥만 가득했다.
예년과 달리 이른 무더위와 가뭄으로 20여 일 일찍 개화된 연꽃은 이미 무성한 연잎과 연밥만을 남기고 아름다운 자태를 감춘 지 오래였다.
군 관계자들은 축제기간에 개화를 맞추기 위해 꽃대를 제거하고 연지안의 잡초를 제거하는 등 피땀 어린 노력을 펼쳤으나 대자연 앞에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2년 전에는 어떠했는가?
축제개막을 선포하고 다음날 부여군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시설들은 갈갈이 찢기고, 은산면 골프장에서는 저류지 붕괴사고로 3명의 사망 및 실종사고가 발생 부여군은 축제의 조기 종료를 선언한바 있다.
이처럼 날씨에 따라 부침이 심한 연꽃축제를 단기간에 시행하는 데서 탈피, 연꽃이 개화하는 시기부터 질 때까지 약 2달여를 축제기간으로 정하고 주말위주의 행사를 진행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또한 관 주도의 인위적 축제에서 탈피 축제를 즐기는 관광객 위주의 패러다임의 변화 또한 요구되고 있다.
축제를 준비했던 관계자는 “단기간에 진행돼 보여 지는 축제에서 탈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득을 줄 수 있는 축제였으면 좋겠다” 며 “궁남지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전국 최대의 연지는 부여의 또 하나의 명소이기에 군에서는 개화시기에 맞춰 개막식을 갖고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축제가 이어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최근 부여군의회에서 실시한 하반기 주요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삼례 의원(새누리당)도 “연꽃축제가 자칫 동네잔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2년에 한 번씩 주최하는 것을 검토해 보자”고 제안한 바도 있다.

순수 축제에만 5억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과외로 수상무대를 설치하는데 들어간 예산은 행안부 특별교부세 10억 원이 소요됐다.
매년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조립과 해체를 거듭해야하며 500여 명이 관람할 수 있는 객석을 갖추고 궁남지안에 설치한 ‘수상무대’ 또한 말이 많았다.
여기에 축제장을 찾은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은 피할 수 없는 폭염과 싸우는 고통을 감례하고 있다.
이같이 ‘사랑과 낭만’을 주제로 펼쳐진 제10회 서동연꽃축제는 성공만큼이나 우리에게 과제를 많이 남긴 한편의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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