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되어 가던 국내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사료 값 상승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폭염에 지쳐 있는데 음식료·생필품 값이 줄줄 올라 서민들 생활에 주름살이 더해간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맥주 값을 출고가 기준 5.93% 인상했다. 삼양식품도 라면 등 6개 품목의 권장소비 가격을 오늘부터 5~10% 올렸다. 다른 식품제조업체들도 가격을 올리려 시장 눈치를 살피고 있다. CJ제일제당도 햇반과 다시다 등도 8~9%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동원참치캔 가격도 7.6%올릴 방침이라고 한다. 우유가격도 인상된다. 이번 식품류 가격인상 러시는 원료 값 인상을 구실로 삼고 있다. 실제로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달 말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옥수수 선물가격이 부셜 당 7.98달러로 지난해 8월1일 6.81달러보다 17.2% 올랐다.

밀 가격도 부셜 당 8.98로 지난해 같은 달 6.76달러보다 32.8% 급등했다. 옥수수 밀의 곡물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주산지인 미국에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과 무더위가 닥쳐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가뭄피해가 가장 큰 중서부 지역은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지여서 이곳의 생산량 여하가 가격을 좌지우지한다. 우리나라의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2% 안팎이다. 두 가지 세계 곡물가 급등은 고스란히 국내 식품과 사료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제 곡물가 인상은 필연적으로 국내 식품류 값 인상을 몰고 온다. 따라서 정부나 물가당국이 강력하게 이들 식품류 가격인상 억제를 할 명분이 별반 없게 된다. 수입곡물로 제품을 만들고 있는 해당업체들은 너도 나도 가격인상에 나설 것이 뻔하다. 돈 벌이가 목적인 기업들이 최대한의 이익을 내기위해 폭리를 취할 것이다. 정부당국은 매 눈을 가지고 폭리를 취하는 업체를 특별감시해야 한다. 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도 원료 값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크게 올리는 비양심적인 업소는 가려내야 한다. 하반기 경제가 밝지 못한 가운데 곡물가 인상파동은 우리 서민경제에 커다란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가격인상 담합행위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국제곡물 관련 상품의 물가에 4~7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한다. 인상요인이 있더라도 가격 인상시기를 적절히 분산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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