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후 5~10년간 보존 장래에 악영향
교사들 부담…인권위도 "인권침해 소지"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예방대책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가해 사실에 대한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도 학생들의 낙인효과를 우려하며 교과부에 지속적으로 개선 요구를 해 왔다.
일선 교사는 물론 국가인권위, 일부 시·도교육청의 꾸준한 생활기록부 개선 제기에 대한 교과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학교 교사, 생활기록부 기재 부담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데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른바 ‘낙인효과’로 학생들의 장래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의 학교폭력 사실은 학생의 생활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보존된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이 기재된다. 이 조치사항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입시 전형 자료로 요구할 시 제공해야 하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졸업 후 5년간, 고등학교는 10년간 보존된다.
하지만 학교 교사들은 학생의 개선 여부에 관계없이 기재되는 생활기록부 내용이 오랜 기간 보존되는 데 걱정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A 학교 관계자는 “교과부의 방침대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면 학생들은 한 번의 실수로 오랜 기간 ‘낙인’되는 상처를 받게 된다”며 “학생의 개선 여부를 반영하지 않는 기록은 학생의 장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 학교 관계자는 “학교 폭력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고 해도 학교 폭력 예방 효과는 별로 없다”며 “또 생활기록부의 내용은 학생들의 사회 진출 및 상급 학교 진학 시 마치 전과기록처럼 선입견을 갖게 한다. 일선 교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침해 소지로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의 생활기록부 기재 방침에 대해 또 다른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결정했다.
국가인권위는 지난 3일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을 의결하고, 국무총리, 교과부장관, 17개 시·도교육청에 이같은 내용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결정문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재하고, 초등·중등학교는 졸업 5년 뒤, 고등학교는 졸업 10년 뒤에만 삭제 가능토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같은 운영방식은 그 기록이 장기간 유지되는 점으로 인해 입시 및 졸업 후 취직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한두번의 일시적 문제행동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록에 대해 졸업 전 삭제심의제도나 중간삭제제도 등을 도입하는 등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재가 또 다른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도 제한적으로 공개토록 했다.
인권위는 “실태조사 결과를 숨김없이 공개해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추진하고자 하는 교과부의 공개 취지와는 별개로 지역별, 학교별 폭력실태 등이 학교관계자 외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됨으로써 해당지역은 폭력 빈발지역으로, 해당학교는 폭력학교로, 해당학교 학생은 폭력학교의 학생으로 낙인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며 “앞으로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 공개보다는 교육적 목적의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외도 학생 인권 증진과 교권 존중을 위해 학생인권보장에 대한 기본방향과 중점사항이 초·중등교육법에 포함되도록 하거나 학생인권기본법(가칭),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가칭)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최장준 기자 thispro@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