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한 절도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값이 나가는 금속제 다리 현판과 학교현판, 그리고 심지어 공장과 아파트 현판까지 훔쳐 팔아 온 ‘현판전문’ 절도사건이 도처에서 발생하더니, 이번엔 천안에서 철도의 비절연 보호선(구리)을 훔친 일당이 철도경찰대에 검거돼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지난 3일 철도 안전운행을 위해 설치한 비절연 보호선을 잘라 달아나던 A(31) 씨 등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 5월 20일부터 최근까지 경부선 천안역∼소정리역 5㎞ 구간에서 총 10차례에 걸쳐 비절연 보호선 1천435m(3500만 원 상당)를 훔친 혐의다. 비절연 보호선은 낙뢰 방지용이다. 이것을 설치하지 않으면 낙뢰로 인한 고압전류가 객차 내 승객 신체에 영향을 주고, 급정거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목숨을 내 건 ‘환각 범행’이다. 이들은 범행 전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환각물질을 흡입한 뒤, 심야 시간대에 비절연 보호선만 골라 잘라서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호남고속선(흑석리∼계룡역 등) 주변에서 망치와 전선용 커터기를 이용, 철도공사에서 설치한 접지케이블 3173m(시가 3128만 원 상당)를 19차례에 걸쳐 절단해 훔친 황 모(63) 씨를 철도경찰대가 붙잡아 구속하고 장물업자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접지케이블 역시 낙뢰, 누전 등으로 이상전압이 발생했을 때 전류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손될 경우 신호기 오작동, 기기 이상으로 열차 운행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열차 충돌사고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특이한 범죄가 발생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케이블의 구리 값이 오르고, 야간에 철도주변의 감시가 소홀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이들이 절단기로 구리선을 훔치던 바로 옆에는 2만 볼트짜리 고압선이 흐르고 있다. 대담하고 무모한 도둑질을 하다가 절도범이 생명을 잃는 일이야 한 두 사람에 불과하지만, 이로 인한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다. 지난해 7월 2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중국 저장성 열차사고 원인도 벼락을 맞고 급정거하면서 발생한 참사였다. 관계당국에서는 이미 발생한 범죄를 검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구리선이 노출되어 범죄의 유혹과 표적이 되지 않도록 기술적인 특단의 예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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