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을 삭히고 제발 주위를 좀 둘러보세요. 모두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화가 난 사람을 진정시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말이라도 바르게 해야 하는데 모두 그렇지 못하다. 화가 난 사람의 울분은 삭히는 것이 아니라 삭이는 것이다. 따라서 위 글은 ‘울분을 삭이고’로 써야 옳다.

‘삭다’의 사동형 ‘삭이다’는 ‘긴장이나 화가 풀려 마음이 가라앉다,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다,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다, 돈 시간 힘 따위를 서 버리다’의 뜻이다.

그래서 ‘야단법석을 떨던 그는 결국 냉수 한 사발을 벌컥 들이켜고는 분을 삭였다.’ ‘그는 밥을 한 그릇을 먹든, 세 그릇을 먹든 10분이면 삭이고, 또 먹습니다.’ ‘여자 꾀는 일에 온 힘을 다 삭였다.’처럼 쓰면 된다.

‘삭히다’를 살펴보자. ‘삭히다’는 ‘삭다’의 사동형으로서 ‘김치나 젓갈 따위가 발효되어 맛이 들게 하다.’의 뜻이다. ‘새우젓을 1년 동안 굴속에서 푹 삭혔더니 맛이 아주 좋다, 삭힌 홍어 맛에 빠져 다른 반찬은 쳐다보지도 않는다.’처럼 쓰면 된다.

우리 땅 독도와 관련, 일본과 외교 마찰이 한창이다. 어찌됐든 외교 분쟁이 나면 흥분해서 대처할 것이 아니라 울분을 삭이고, 차분히 대응해야 얻는 것이 더 많다. <본사 상무/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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