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식 편집국장
요즘 뉴스보기가 겁난다. 흉폭한 범행과 성폭행 소식이 하루도 빠지는 날이 없을 정도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 아동 성폭력,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고용주의 알바생 성폭력 등 최근 잇따르고 있는 범죄를 보면 이 사회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심히 걱정스럽다. 이런 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을 정도라니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건 당연하다. 사회안전망 강화 등 치유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 끔찍한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다.
최근 일어난 묻지마 범죄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강력범죄를 피하려면 외진 곳으로 다니지 말고 사람이 많은 길로 다니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전 직장동료와 행인 등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4명을 다치게 한 사건은 퇴근길에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이에 앞서 의정부역 승강장에서 불특정 승객을 상대로 공업용 커터 칼을 휘둘러 승객을 공포에 몰아넣은 사건도 주말 저녁시간대이다.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 행각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내집 안방도, 술집도, 길거리도 무차별적으로 범행 장소가 되고 있다. 사방이 위험하며 더 이상 피할 안전지대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사회가 칼날 위를 걷고 있다는 표현이 가슴에 와닿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묻지마 범죄 못지않게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이 성폭행 범죄다. 엊그제 서산에서 발생한 알바생 자살사건은 그 단면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고용주의 성폭행은 결국 꿈 많던 여대생을 죽음으로 물아 갔다. 노출은 되고 있지 않지만 이 알바생과 같은 위험에 처해있는 우리의 딸들이 헤아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 등 성폭력 범죄는 사회불안요인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사회.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자화상이다.
사회를 불안케 하는 이런 범죄의 일차적 원인은 범죄자 개인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개인의 정신적·성격적 장애가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정신적·성격적 장애를 유발한 이유를 살펴보면 사회적 병리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실업률, 경제적 압박 등은 큰 사회구조 속에서 깊은 좌절과 소외감을 낳고, 이는 비뚤어진 보복심리의 범죄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다. 경쟁주의적 사회에서 낙오한 은둔형 외톨이들이 ‘될대로 되라’는 자포자기적인 심정에서 묻지마식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공식적인 조사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외톨이가 최소 20만 명을 넘을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아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성범죄자 역시 큰 틀에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이런 사회병리 현상에 대한 다양한 원인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기 그지없다. 이로 인한 성범죄자의 재범사례가 여기서 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야 관리당국이 알 정도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끔찍한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한 효율적인 관리와 대응시스템 마련도 돼있지 않다. 사회를 암울하게 만드는 사회병리 현상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면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범죄자를 포함 범죄의 개연성이 농후한 은둔형 외톨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체계적인 조사부터 철저히 이뤄져야한다. 그래야만 이들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한 범죄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단면을 치유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극심한 양극화, 경기침체, 청년실업 문제 등 사회적 낙오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이런 심각한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없다. 낙오자들을 배려하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책과 노력이 그래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