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딪다’는 물건과 물건이 서로 힘 있게 마주 닿거나 힘 있게 마주 대는 것을 말한다. 사전을 빌려보면 ‘부딪치다’는 어떤 동사의 어간에 붙어 그 동작의 힘줌을 나타내는 어간 형성 접미사 ‘치’가 부딪다에 더해진 것이다. ‘돋치다, 받치다, 넘치다’처럼 힘줌말 ‘치’가 붙어 사용된다. 부딪히다는 부딪다의 피동형으로서, 부딪음을 당하다의 의미이다.

이렇게 구분해도 막상 사용하려면 혼란스럽다. 상대(물건)에 의한 일방적인 것이냐, 아니냐로 구분하면 조금은 이해가 쉽다. 예문을 통해 정리해보자.

‘마주오던 사람과 서로 부딪쳤다.’에서는 한 사람의 일방적인 행동이 아니라 서로가 지나가다 부딪은 것이므로 부딪친 것이다. ‘주차장에서 서로 먼저 빠져나오려는 차량들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동네 씨름 장사와는 언젠가 한번 부딪쳐야 된다.’등이 같은 의미이다.

반대로 ‘비상등을 켜고 대기 중이던 승용차가 달려오던 화물차에 부딪혔다.’는 승용차는 가만히 있는데 화물차가 일방적으로 달려와 받아버린 것이니 피동의 의미가 사용된 것이다. ‘유가 인상이라는 복병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부딪혀 병원에 입원했다.’ ‘길에 서 있다가 지나가던 자전거에 부딪혔다.’ 도 같은 형태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천안함 유가족에 대해 ‘동물처럼 울부짖었다’라는 망발로 물의를 빚고 있고, 청문회의 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졸지에 자식과 아버지와 남편 등 가족을 잃으면 ‘조 청장 내정자 당신은 어떻게 우느냐’고 묻고 싶다.

<본사 편집국장>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