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지청구를 쏟아내던 부인은 화가 난 남편이 망치로 장독을 부셔버리자 조용해졌다.’
술에 취했거나 아니면 화가 나서 둔기로 물건을 두드려 깨뜨릴 경우 우리는 흔히 부셔버린다고 한다. 그러나 위 글의 ‘부셔버리다’는 ‘부숴버리다’의 잘못이다.

‘부수다’는 ‘단단한 물체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 만들어진 물건을 두드리거나 깨뜨려 못 쓰게 만들다.’의 뜻을 가지고 있으며, ‘부수어, 부숴, 부수니’ 등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흔히 사용하는 ‘부셔버리다’는 전혀 다른 뜻을 의미하므로, ‘부숴버리다’로 써야 된다.

‘부시다’를 살펴보자. ‘그릇 따위를 씻어 깨끗하게 하다, 빛이나 색채가 강렬하여 마주 보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를 뜻하는 ‘부시다’는, ‘부시어, 부셔, 부시니’로 활용해 쓴다. 따라서 ‘부수다’와는 전혀 다른 말임을 알 수 있다. 장독은 물걸레 또는 수세미 등으로 깨끗이 부시는 것이지, 망치로 부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이에게 위협을 할 때에도 ‘부숴버릴거야’라고 바른말을 써야 위협을 느끼지, ‘부셔버릴거야’라고 하면 무엇을 개끗이 씻어 주려고 저러나 싶어 겁을 내지도 않는다.

대전시 서구 용문동에 들어설 예정이던 대전 공립대안학교 설립이 무산됐다. 대전지역 대안교육의 꿈은 누가 부숴버린 것일까?

<본사 상무/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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