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문화재단 대표 브랜드공연- '그랬슈 콘서트' 19일 첫 무대…낯설지만 힐링되는, 경계허문 전통예술

2015-06-10     이석호

난데없이 대장장이의 낯선 망치소리가 무대의 정적을 깬다. 이어 대금이 경음의 쇳소리를 어우르듯 감싸더니 시조창이 가세해 날카로울 수 있는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그리고 살품이춤이 희롱하듯 소리의 운율을 타고 경험하지 못한 묘한 감흥의 세계로 이끈다.

충남문화재단(대표이사 이종원)이 야심차게 기획한 충남 전통예술 대표 브랜드공연 ‘Great to see you[:그랬슈]’ 콘서트가 오는 19일 계룡문화예술의전당에서의 첫 무대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대장정에 들어간다.

그랬슈 콘서트는 계룡 공연에 이어 예산(7월 14일), 청양(9월 10일), 서천(10월 14일), 금산(11월 5일) 등 도내 5개 시·군을 순회하며 충남의 전통음악에 녹아 있는 삶과 애환과 곰삭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랬슈 콘서트’는 장르 간, 계층 간, 지역 간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음악이 하나의 음악으로 융복합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충남문화재단이 마련한 전통 예술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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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는 갈등과 반목이 극에 달하고 있고 남과 북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념과 빈부에 따라, 지역과 계층 간은 물론 사회 곳곳에 경계의 벽이 철옹성처럼 자리잡고 있다. 이 같은 반목과 갈등을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던 원시시대 제례 재현을 통해 치유함으로써 건강한 공동체 문화를 회복해 보자는 것이 콘서트의 기획의도다. 한마디로 현대사회의 고질병인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힐링 음악회다.

이번 무대는 국악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고 신·구세대가 함께 하는 현대적 감각이 접목된 국내 최초의 신개념 국악콘서트다. 대장간이 무대에 등장해 악기가 되고 대금과 내포제 시조가 어우러져 삶과 예술이 하나가 되는 등 충청도의 국악과 농악, 판소리와 기악에 삶과 노동의 소리를 접목시켰다.

또 전통 국악의 전승을 천명으로 여기는 무형문화재와 다른 영역에서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는 장인들의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소리를 무대음악으로 재현하고 충청도의 기악과 소리를 무대 예술로 승화시켰다. 특히 평생을 고집스럽게 한 길을 걸어온 명인과 실험적 행보를 이어나가는 젊은 음악인의 만남, 대장장이, 옹기장, 소목장 등의 명인과 전통 국악과의 만남 등 장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만남은 국악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랬슈 콘서트’의 네이밍은 친근한 충청도 사투리에서 착안됐다. ‘그랬슈’와 ‘그류’, ‘글쎄유’, ‘물러유’ 등은 충청도의 대표적인 사투리다. 한 자락 깔고 표현하는 의뭉스러운 말에는 충청도의 정서, 특유의 여유와 너름새가 담겨있다. 소설가 이문구의 ‘관촌수필’은 충청도 사투리의 교본으로 평가받는다. 이문구는 소설 속 주인공을 겉으로는 헐렁해 보여도 속은 야무지고 의뭉스럽다고 표현했다.

야멸차고 반지빠른 서울내기들과는 다르게 풍자와 해학 넘치는 충청도 사람의 여유있는 행동과 말 품새, 그리고 내적으로는 강직한 줏대와 주관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랬슈 콘서트’는 충청도 사투리가 담고 있는 야무지고 의뭉스럽지만 거짓이 없고 해학과 풍자, 반전의 미학이 있는 국악 콘서트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첫 번째로 열리는 계룡지역 공연에서는 이생강(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모무회(충남무형문화재 제41호 대장장 기능보유자), 정명숙(중요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후보), 김연소(충남무형문화재 제17호 내포제시조 예능보유자) 등 각 분야 최고의 거장들이 한 무대에서 즉흥연주를 시도해 정석과 파격 사이를 넘나드는 실험적 무대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다.

공연은 90분간 여섯마당으로 진행된다. 사회는 ‘국악계의 아이돌’ 남상일이 맡는다. 1막은 북의 향연 오고무 공연을 부여군충남국악단이 역동적으로 선보이고 2막은 콘서트의 백미인 ‘생명의 소리 만파식적 대장장’이라는 주제로 네 명의 예인이 각자의 색으로 즉흥의 무대를 펼쳐낸다.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융복합 무대이다.

3막은 광대놀음 떼이루의 신명나는 연희로, 4막은 부여군충남국악단의 부채춤으로 각각 꾸며진다. 5막은 대한민국 최고 명창이자 영원한 프리마돈나 안숙선 명창이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국악인 남상일과 호흡을 맞추고 6막은 전통예술단 소리울림과 계룡시엄사예술단이 화합의 무대를 연출한다.

이생강 대금 명인은 “그동안 다양한 예술가들과 협업을 진행했지만 대장장이 명인과의 무대는 처음”이라며 “이번 ‘그랬슈 콘서트’는 국악의 새 지평을 여는 고무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충남문화재단은 박동진, 이동백, 김창룡, 한성준, 심정순 등 기라성 같은 명인명창을 배출한 예향의 고장다운 면모를 되살려 충남 전통예술의 르네상스를 이루고 국악 진흥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랬슈 콘서트’를 대표브랜드 공연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이종원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좋은 공연은 좋은 관객이 있어야만 가능한데 ‘그랬슈 콘서트’는 도민들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이라며 “충남의 대표 전통 예술 공연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