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연계 보부상 축제 개최 …관광자원 활용·전통시장 활성화

“충남에는 판소리 중고제와 보부상 등 일제에 의해 강제로 단절되거나 변형된 문화유산이 많습니다. 사라지고 훼손된 원형을 복원하고 맥을 잇는 작업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몫이자 책무라 생각합니다.”

이종원(56) 초대 충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우리 고유의 문화에는 역사와 전통, 정서가 녹아있기 때문에 문화 복원은 자존 복원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충남 문화의 혈이 다시 돌 수 있도록 일제 강점기에 단절된 문화를 복원시키는 것을 첫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그 중 오랫동안 물류와 정보 전달 기능 등을 수행했던 보부상의 독특한 문화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해 재현해 볼 생각이다. 볼거리, 즐길거리에 서민들의 음식문화까지 곁들인 ‘보부상 거리축제’, ‘보부상 장마당 축제’ 등을 지역 대학과 개최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전통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충·효·예의 고장 충남은 문화예술 자원의 보고입니다. 하지만 문화자원을 활용하고 갈고 닦는 작업을 소홀히 하다 보니 문화예술 불모지란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문화예술 불모지라는 멍에를 씻어내는 게 큰 틀의 경영방침입니다.”이 대표는 전국에서 가장 늦게 탄생한 충남문화재단을 빠른 시일 내에 반석 위에 올려놓고 ‘문화 불모지 충남’의 오명을 벗는 것에 경영의 중심축을 두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 문화예술 단체와 예술인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난달 지역문화원과 예총, 재단이 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화재단이 중심이 되는 충남형 문화예술 거버넌스를 구축해 충남문화예술 융성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도시와 농어촌이 공존하는 전형적인 도농 복합지역인 충남의 문화예술 현주소는 척박하기 그지없다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타 시도에 비해 인구대비 예술가나 예술단체 수가 적고 극장이 없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공연단체 수도 전국 2108개중 1.9%인 40개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척박한 문화예술 풍토를 해소하기 위해 정확한 문화예술 실태를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생산과 공급을 확충하고 역동적인 소비층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충남은 도시지역인 천안·아산을 제외하면 문화예술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노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농촌과 어촌은 문화예술 인프라를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열악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충남의 문화예술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해 도시와 농촌, 어촌지역을 대상으로 한 맞춤식 문화예술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찾아낼 것입니다.”

이 대표는 임기 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할 대표적인 사업으로 문화예술 생태계의 건강성 회복을 꼽는다. 충남은 문화예술의 생산과 공급, 소비가 모두 부족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기에 백제문화와 내포문화, 유교문화, 불교와 천주교 유적 등 많은 자원을 문화·관광 상품으로 활용하는데도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산재된 문화 콘텐츠를 동시대에 맞는 문화예술 소비상품으로 진화시키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해 문화 공급을 늘리고 도민들에게는 다양한 교육을 통해 문화 소비자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건강한 문화예술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충남만의 전통문화예술 활성화도 앞으로 추진할 중요한 사업이다. 충남의 전통과 정서가 녹아있는 고유한 문화들을 복원해 충남만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예술을 가꾸어 보겠다는 구상이다. 보부상 문화의 재현이 이의 일환이며 명맥을 제대로 잇지 못한 ‘중고제’ 복원과 ‘심화영류 서산 승무’를 조명하는 것도 문화재단이 맡을 역할이다.

충남의 문화 융성과 문화적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마을 회관이나 버려진 창고, 폐교 등을 마을 박물관 등으로 재탄생시키고 쓰지 않는 농기구,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살림살이, 노인들이 소일거리로 만든 짚풀 공예 등을 전시해 마을의 명소로 가꿔나간다. 극장이 없는 농어촌을 찾아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문화보부상’ 사업도 구상 중이다.

금강길을 따라 문화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스토리길 사업을 유관기관과 협업사업으로 추진하고 젊은층을 위한 록페스티벌,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예술인 페스티벌, 국제미전 개최, 대규모 예술행사 충남유치 등을 추진해 문화 소외지역을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구상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문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대표 한사람이나 재단 한군데의 힘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앞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문화재단은 일할 수 있는 조직역량을 갖춰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인과 충남도, 도의회, 도민들도 ‘문화예술로 행복한 충남’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내포=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

 

이종원 대표는…

▲1959년 충남 보령 출생
▲국민대 영어영문과, 경희대 대학원(석사), 세종대 대학원(박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진흥위원
▲아르코예술극장장
▲대학로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극장장
▲세종대학교 융합예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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