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간혹 노무사로서 자문업체에서 안타까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업체 담당자가 “어떤 경영자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반면 다른 경영자는 무죄 판결을 받습니까?” 라는 질의가 온다. 왜 똑같이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 답은 법원이 사고의 비극적인 ‘결과’ 그 자체보다, 사고를 막기 위해 얼마나 충실히 ‘과정’을 관리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중대재해처벌법을 핵심 원칙은 ‘결과 책임’과 ‘행위 책임’이다. 법은 경영 책임자에게 결과에
2025년 11월 22일은 중등 임용고시가 치러진 날이었다. 나는 감독관으로 참여하였고 4년 전 치열했던 순간을 다시금 떠올리며 현재 교사로서 나의 삶을 반성해보았다. 청운의 꿈을 품고 대전서중학교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나는 운이 좋게도 ‘학생자치’라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과 가장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매우 즐겁게 한해한해 교육활동을 만들어 갈 수 있었다.특히 2025학년도는 나름대로 완성도 있는 학생자치 활동을 전개했다고 자축하고 싶다. 학년초에 새롭게 구성된 학생회
봄과 중가을까지 우리 농촌과 시골마을을 뒤덮을 만큼 많던 제비들이 우리 땅에서 거의 사라진 지는 참 오래 되었다. 새봄을 알려주던 지지배배 노랫소리 반가운 소식과 전깃줄과 초가지붕을 뒤덮고 내년 봄에 다시 오겠다는 작별을 고하던 제비들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흥부가 부러진 제비다리 고쳐주고 박씨 하나를 얻어서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박물관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어린 소녀들이 고무줄놀이 하면서 부르던 노래 “정이월 다가고 삼월이라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면은 이 땅에도 또 다시 봄이 온다네. 아리랑
몇 해 전 전북 전주에서 효문화관련 학술대회가 있을 때의 일이다. 전주에서 진행하는 학술대회인 만큼 전주만의 특징을 말하며, 또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 위해 ‘온전한 고을’이란 뜻의 전주(全州)란 명칭의 특징을 거론했다. 물론 전주의 전(全) 자가 원래는 ‘집안으로 들여놓은(入) 옥(玉)’이란 뜻이고 그래야 ‘온전한 것’이라 했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사람(人)의 왕(王)’이라 해석하며 군주사회에서는 함부로 쓸 수 없는 지명이고 혹 잘못 썼다가 반역의 도시란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했다.하지만 전주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나
우주란 무엇인가. 천문학적 개념과 동양 철학적 개념이 다르지요. 우주 공간에 있는 지구를 비롯한 모든 별, 그리고 빛과 열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 이것이 천문학에서 말하는 우주이지요. 동양철학에서는 끝없는 공간을 우(宇), 무한한 시간을 주(宙)라 하지요. 인문학적 우주로는 ‘인간은 우주를 가장 닮은 소우주(小宇宙)다.’라 해보겠습니다.하나하나 볼까요. 하늘 천(天) 자를 파자해 보면, ‘ㅡ (하늘)과 땅(ㅡ) 사이에 인간(人)이다.’라 할 수 있는데 ‘인간은 하늘과 땅의 합성체다’라고 풀이해 볼 수 있지요. 즉 인간은 ‘하늘 기
중학교 2학년. 친구가 5주 뒤 열리는 축제에 함께 올라갈 밴드부원을 모집하길래 기타를 하겠다고 했다. 기타를 한 번도 연주해 본 적 없었는데 말이다. 축제 때 연주할 곡으로는 ‘말달리자’가 있었다. 당시에 친구들과 노래방 가면 노래에 대놓고 ‘닥쳐’라는 비속어가 들어가 있어서 노래방에서만 허용된 유일한 마약 같은 노래. 학교 축제에서 전교생과 선생님이 다 보는 무대에서 연주하다니 이거 괜찮은 건가?. 명찰 없이 교문 통과 했는데 학주쌤한테 들키지 않은 것 같은 찌릿함이 느껴졌다. 기타를 메고 다닐 때면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연
대전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지난 2005년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시행된 준공영제는 당시 버스노조의 파업 갈등을 계기로 민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와 운수업계, 대전시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탄생시킨 교통복지의 모델이었다.도입 이전의 민영제는 자가용 이용 증가와 도시철도 도입 등 교통수단의 다변화 속에서 수익 중심의 노선 운영, 운수업체의 경영난, 운수종사자 처우 악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노선 축소는 교통 불균형을 심화시켜 시민의 이동권을 위협했고, 반
당신의 인내심 어때요?작심삼일? 아니면 고진감래? 아하 잘 모르겠다고요? 그런 게 어딨습니까? 손대지 않고 코 풀 심산은 아니고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그럴 순 있습니다. 물론 인내심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인내심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다리는 능력이라서 노력하면 강화할 수 있습니다.우물가에서 숭늉 찾고 돼지 꼬리 잡고 순대 달란다는 속담이 있지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사람들은 원하는 바를 지금 당장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돌을 한 개씩 쌓아 올려 만들지 않은
소설가 이문구는 보령 출생으로 그의 대표작 『관촌수필』과 많은 작품에서 해학과 풍자를 충청도 방언을 통해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는 서민의 일상과 충청도의 말맛을 살린 우리나라 농촌문학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인 사실주의 작가로서 보령뿐만 아니라 우리 충청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다.그러나 보령을 문학 산책하다가 보면 소설가 이문구는 그가 남긴 문학적 울림과는 다르게 그의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 관촌마을과 관촌수필 길이 조성되어 있으나 아직 변변치 못하고, 이문구 작가의 집필실은 보령시가 매입했으나 제대로 활용을
어릴 적 논두렁을 뛰어다니며 메뚜기를 잡고 아침에 논에서 본 벼가 밥이 되는, 그리고 마당의 텃밭에서 기른 채소가 반찬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의 밥 한 숟가락에는 흙냄새를 느끼는 자연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흙을 밟고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경험도 부족하고 포장된 음식은 익숙해도 그것이 어디서 자라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른다.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농산물 가격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먹거리의 안정성’은 사회 전반의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폭염과 폭우, 한파가 잦아지며 식량 생산 환경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그 여파는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슬픈 장면을 보고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가슴이 메마른 사람이다. 눈물이 없는 사람은 가슴이 없다. 가슴이 없는 사람이 어찌 이웃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기자신도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바닥까지 추락해본 사람은 눈물을 사랑한다. 실패는 인생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본 사람만이 상대의 아픔을 이해한다. 눈물 젖은 빵이라도 먹어본 사람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이다. 두 끼 이상 배를 곯아보지 않은 사람과는 아는 체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바닥에 가시가
AI(인공지능)는 단순히 편리하게 사용하는 도구일까?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과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AI시대 현명한 사람의 선택은 도구가 아닌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전 세계 수억 명이 활발히 사용하고 있는 생성형 AI는 컴퓨터 언어가 아닌,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말로 소통하는 거대한 언어 모델(LLM)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정해진 정답을 찾아내거나 궁금증을 해결하는 검색기로만 활용한다. 이들은 AI에게 정답이든, 궁금한 것이나 필요한 점을 입력하고 나온 결과물을
지난 8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간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5극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별 특별지자체를 설치·운영하고 3특(제주·전북·강원) 육성을 위해 특별법 개정과 각 지역 특화 전략 산업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이에 앞서 1월에는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는 ‘지방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에서 권역별 성장거점 육성 및 강화를 통한 다극체계 형성을 위해 광역시·도간 통합과 대도시 거점기능 강화를 제안한 바 있다.또한, 대전·세종·충남·충북이
주말 도심은 빈 듯 한산하다. 대신 도심 빛에 물든 가로수의 단풍만이 찬란하게 나부낀다. 잎이 떨어지는 가을을 지나 겨울을 맞이하고 다시 꽃이 피기까지 거리의 나무들에는 가장 작은 에너지로 움츠리며 버텨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자 희망의 시간이 된다. 우리 도시의 문화예술과 관광도 나무처럼 살아야 한다.지난 12일 대전시 문화예술관광국을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 감사가 열렸다. 의회를 가지 않고도 시민이면 누가 인터넷을 통해 감사 과정을 볼 수 있지만 시민도, 언론도, 시민단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듯 보였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대전
문학 작품 쓰기는 작가 혼자만이 할 수 있는 고되고 외로운 작업이다. 궁극적으로는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자기만의 창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쓰는 이들은 문단을 형성한다. 문학적 정보를 얻고, 배경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서로 친교하며 문학적 성취를 빨리 이루기 위해서이기도 하며, 더러는 창작과정에서 도와가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인들은 함께 어울려 글쓰기 창작마당을 펼쳐나가는 장을 만들기 위해 문단을 형성한다.조선말 개화기 무렵 신문학에 이어 최남선, 이광수 2인 문단 시대
최근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받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배우자와 교제한 제3자, 이른바 상간자를 상대로 위자료를 청구하는 대전상간자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많은 분이 ‘기혼자와 만남을 가지면 무조건 소송을 당하고 거액의 위자료를 물어주어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과연 어떤 경우에 상간자에게 법적 책임이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는 책임이 부정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우리 민법은 부부에게 서로 정조를 지켜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판례는 이러한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부정행
매년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사회 전반에 알리고 모든 아동이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제정됐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한 가정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다. 피해아동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신체·정서적 상처를 남기며 사회의 건강한 기능을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이자 공동체 전체의 과제다.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4만 8522건이었고 지난해 5만 242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재학대 발생 비율은 2022년 16%,
오늘 풍경 어때요?귀뚜라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걸 보니 겨울이 가을을 다그치고 있지요? 옷깃이 여며지며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는 걸 보니 가을이 밀려나고 있나 봅니다. 이제 좀 기지개 켜며 가을과 익숙해져 볼까 했는데 내가 생각했던 가을은 이미 저만치 달아나 있습니다. 봄에 깐 병아리 가을에 세어본다더니 이러다 업은 아이 삼 년 찾는 건 아닐까요?가을을 즐길 새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을과 겨울이 경계에서 마주하며 서 있는 모습들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와 잎새들은 참 조화로웠는데 전령들 싸움에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은 화려하거나 격정적이라기보다는 내면에 조용히 스며드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바로크 시대인 1700년대의 독일 작곡가로 훌륭한 음악을 많이 남겼지만, 살아 있을 때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한다. 궁정에서 귀족들을 위해 고용돼 곡을 쓰는 음악가였고, 매주 한 편씩 300여 곡에 달하는 교회음악 칸타타를 작곡하는 성실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대단히 화려한 곡을 쓰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또는 어떤 순간을 위해 음악을 써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오늘 소개하는 명곡 ‘G선상의 아리아’는 1700년대 초기에 작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느 누구인들 평화롭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없겠지. 심지어는 첨단무기로 온 나라를 뒤덮어서 적국이나 적대세력이 감히 넘보지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국가정책을 그 방향으로 펼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진정한 평화를 바라지 않을까? 사람들은 평화로운 시기에도 완전무장을 해야 하고, 완전무장한 전쟁시기에도 평화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철저한 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옳은 것일까? 그러한 말과 행동에 대한 평가는 한 두 마디로 간단히 정리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