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은 화려하거나 격정적이라기보다는 내면에 조용히 스며드는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바로크 시대인 1700년대의 독일 작곡가로 훌륭한 음악을 많이 남겼지만, 살아 있을 때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고 한다. 궁정에서 귀족들을 위해 고용돼 곡을 쓰는 음악가였고, 매주 한 편씩 300여 곡에 달하는 교회음악 칸타타를 작곡하는 성실함을 가진 사람이었다. 대단히 화려한 곡을 쓰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또는 어떤 순간을 위해 음악을 써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하는 명곡 ‘G선상의 아리아’는 1700년대 초기에 작곡된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MV 1068에 들어있는 2악장 아리아다. 이 멜로디 라인을 19세기에 아우구스트 빌헬름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하면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원래 D장조였던 곡을 G장조로 낮추면서 바이올린의 가장 낮은 줄인 G선 하나만 사용하여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한 데서 이름이 붙었다. 다른 줄로 이동하지 않고 오직 한 줄만으로 멜로디를 이어가기 때문에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훨씬 깊고 따뜻하게 울려 퍼지는 효과가 있다. 같은 리듬이나 멜로디 패턴을 반복하는 바로크 음악은 누군가에겐 지루할 수 있지만, 음을 조금씩 변형하며 감정을 쌓아 올리는 과정을 통해 차츰 마음에 스며들게 한다. 오늘 소개하는 G선상의 아리아도 그런 음악이다. 화려하게 빛나진 않아도 음악을 듣는 내내 마음속에서 작은 감정의 파도가 침이 느껴지는 음악. 작곡가가 죽고 100년이 더 지나서야 사람들 마음에 서서히 스며들었던 것처럼, 바흐의 음악은 시간을 거치며 천천히 마음에 남는다.
필자도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서서히 스며드는 음악을 추구한다. 순간적인 화려함보다는 천천히 마음에 와 닿고 오래 남는 음악을 원한다. 오랜 시간을 두고 배어드는 예술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음악처럼 말이다. 바흐의 음악은 듣는 이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가는 음악일지도 모른다. 절망적이지도 않고 희망적이지도 않아서 밋밋한 듯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정답이 없는 삶의 모습과 닮았는지도 모른다. 격정적인 감정보다는 한 걸음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음악. 시간이 지나고서야 비로소 그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음악. 필자에게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그런 음악이다.
바흐가 그랬던 것처럼 급하지 않게 음정을 하나씩 쌓아 올리는 것처럼 우리도 천천히 깊게 누군가의 삶에 조용히 스며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길 바래본다.
순간 밝게 빛나진 않더라도 늘 같은 자리에 머물며 기다리는 마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