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일본은 1985년부터 1990년까지 극심한 부동산 버블을 겪었다. 이른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일침을 준 대사건이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버블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 세계 50위 기업 중 33개가 일본기업인 데다 아시아 GDP를 합쳐도 일본을 넘지 못할 정도라서다.1980년 오일쇼크도 뒤흔들지 못한 일본은 1985년 9월 G5(프랑스·독일·영국·미국·일본) 간 ‘플라자 합의’를 맞이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제품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등 미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되자 달러
[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 대전 서구에 사는 이 모 씨는 지난 겨울 아파트관리비고지서를 보고 뭔가 잘 못 됐음을 직감했다. 난방 밸브를 잠가 세대 내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열에너지요금 역시 0원을 기대했지만 약 5000원이 부과된 거다.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난방요금이 부과된 데 대해 이 씨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한 달에 한 번 아파트 세대주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있다. 바로 관리비고지서다. 오래 살다 보면 관리비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기준점 아래면 안도의
[금강일보 김현호 기자]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주제에….”악성 민원인이 행정복지센터와 다양한 공공기관 민원실에서 자주 내뱉는 단골 메뉴다. 그들 말마따나 지방직(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내가 낸 세금을 재원으로 급여를 받긴한다. 그러나 산술적 계산으로 봤을 때 ‘내가 낸 세금’을 운운하는 것은 창피한 노릇이다. 그 실체를 알면 말이다.우선 세금의 종류를 보자.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세금은 크게 두 종류, 국세와 지방세다. 이 중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의 지방자치단체에 내는 게 지방세다. 지방세는 취득세, 등록면허세, 레저세
[금강일보 김지현 기자] 새학기가 시작될 무렵이면 동네 문구점에는 각종 필기도구와 노트를 구매하려는 학생들로 붐볐던 기억이 난다. 보기 좋게 진열된 학용품들은 어린 시절을 충분히 설레게 만들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늘 가방 속에 소중히 넣어 다니던 학용품들은 유난히 파란색과 분홍색 계열의 디자인이 많았다. 특히 인기 캐릭터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노트들이 그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배경의 노트를 선택했다. 노트에 성별이 있기라도 한 걸까.얼마 전 편지지를 구매하기 위해 대형 팬시용품점
[금강일보 유상영 기자]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주변이 엉망진창이다. 침대도, 벽지도, 장판도 사라진 채 잿빛 시멘트만 차가운 맨살을 드러냈다. 집을 치장하던 자재라곤 나무와 시멘트가 전부다. 대관절 무슨 조화인가 싶기도 잠시, 빨리 씻고 이 악몽에서 벗어나려 해봐도 화장실 스위치가 감쪽같이 없어져 암흑천지인 욕실은 무용지물이다. 기가 막힌 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스마트폰을 쥐어보니 구리선과 회로만 덩그러니 잡힌다. 화장품도, 옷도 거의 사라졌다. 아끼는 내 승용차는 타이어를 잃은 채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다.공상과학 영화
[금강일보 신익규 기자]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보다 훨씬 강력한 전파력을 보이며 전세계를 팬데믹 사태로 몰아넣었다. 다행히 잇딴 백신 개발 덕분에 집단면역은 시간과의 싸움으로 보이나 일부 연구진들은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약 100년 전, 전세계를 휩쓴 스페인 독감 또한 모습만 달라졌을 뿐 현재 우리 일상생활에 남아있기 때문이다.언뜻 스페인 독감의 이름만 봤을땐 스페인을 첫 발병지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크나큰 오해다. 유럽에서 크게 유행한 스페인 독감
[금강일보 김미진 기자] 이름은 그들의 존재가 소멸되기 전까지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인간은 정해진 수명동안 자신이 가진 이름의 가치대로 살고 그런 인간들이 살고 있는 대지의 명칭은 그곳에 머무는 모든 것들의 시간을 대변한다.대전의 옛 지명, '한밭'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대전이 되기 이전 크고 넓은 밭이었던 이 땅의 모습을 그대로 따와 붙여진 이름이다. 지명이 생성되는 원리 중 가장 큰 부분은 그 지역의 정체성이다. 저 옛날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과 생각이 전부 스며든 곳. 현재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금강일보 이준섭 기자] 원골·중동골·양촌 등 작은 마을로 이뤄진 대전 유성구 상대동.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도시화 흐름에서 비껴서 있던 이곳은 2006년 이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공사가 시작되며 일순간 역사의 현장으로 변모했다. 수백 년 전 고려사의 숨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2008년 상대동 65-9번지 일대에 스포트라이트 세례가 쏟아졌다. 대전 서남부지구 택지개발사업이 한창이던 와중에 고려시대 유구(遺構)가 발견되면서다. 대관절 얼마나 대단하기에 아파트 공사만큼 중요한 대사(大事)를 멈추느냐는 핀잔은 마시라. 규모부
[금강일보 신성재 기자] 최근 공동주택 내 분리수거장에 분리배출 수거함 하나가 더 늘었다. 투명 페트병만 따로 수거하는 ‘전용’이다. 투명 페트병은 예전엔 ‘플라스틱’으로 분류돼 여타 플라스틱 용기와 함께 수거됐지만 지난해 12월 25일부터 별도로 수거되기 시작했다. 왜 유독 투명 페트병만 별도 분리라는 대접을 받는 것일까. 투명 페트병이 갖는 재활용 가치 때문이다. ▶관련기사 5면우리 일상용품 대부분은 플라스틱이다. 이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재질 때문에 우리 일상용품은 빠르게 플라스틱으
[금강일보 최일 기자]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얼룩진 2020년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떠나보내고 우리는 2021년을 맞았다. 묵은해와 함께 역병의 어두운 그림자도 사그라졌다면 참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채 어느덧 1월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음력으론 아직 2020 경자년(庚子年)이다. 정월 초하루(음력 1월 1일)인 설날, 올해의 경우 양력으로 2월 12일이 돼야 2021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육십간지(六十干支) 중 신축년의 신(辛)은 오행상 백색, 축(丑)은 소를 지칭해 올해는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새마을 깃발은 왜 항상 저곳에 걸려 있는 것일까?”대전에 사는 박 모(36) 씨는 행정기관마다 태극기와 나란히 걸린 새마을기를 보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대전시청을 비롯해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대덕구 등 5개 자치구 모두 새마을기를 국기와 함께 게양하고 있다. 도대체 새마을기는 언제부터 관공서 곳곳에 내걸리게 된 걸까.태극기 옆에 나란히 걸리는 초록색 ‘새마을기’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표상으로 1972년 내무부가 새마을 표어·농민복과 함께 디자인을 공모해 제작했다. 녹색 바탕은 농촌
우리는 흔히 국가의 정통성을 말할 때 ‘한민족’을 앞세운다. 단일민족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오늘날 다문화·세계화의 확장은 국가공동체가 ‘핏줄’로 구성됐다는 단일민족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껏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단일민족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고려의 후삼국통일 이후 대한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긴 세월 동안 한반도에선 민족의 원초적 구성 요소인 국가와 역사, 전통, 언어는 변하지 않았다. 오늘날까지 ‘한민족=단일민족’이라는 등식이 성립할 수 있었던 건 한국인 특유의 강한 민족주의로 인한 자긍심이 대한민국을 다른 나라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충남도청 이전이 결정되자 천안·아산·서산·보령·서천에선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최종 이전지는 역사적 상징을 품고 있는 내포였다.충남도청이 자리한 내포신도시는 충남 홍성 홍북읍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에 위치해 있다. 지난 2013년 1월 충남도청과 충남도의회가 이전하고, 2월엔 충남도교육청이 이전함으로써 도청 신도시로서 얼개가 잡혔다. 같은 해 10월엔 충남지방경찰청이 옮겨와 주요 3기관의 이전이 마무리됐다. 바야흐로 충남도의 내포 시대가 도래한 거다.내포라는 지명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최초로 언급된다. 고려 후기 공민왕 당시
누구보다 긴 밤을 보냈을 당신에게. 지난밤은 당신에게 길고 긴, 깨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210만 지역주민들의 삶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당신이 추구해온 삶의 가치와 신뢰, 기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으니 잠인들 청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 역시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처음 만난 건 대전 선화동 옛 청사에서였습니다. 스스로 ‘폐족’(廢族)이라 칭하던 당신은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충남도지사로 화려하게 부활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