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화 표상 속 유신 잔재 평가/1976년 의무 게양 이후 굳어진 관행
전국 지자체마다 해석 엇갈려

[금강일보 신성룡 기자] “새마을 깃발은 왜 항상 저곳에 걸려 있는 것일까?”

대전에 사는 박 모(36) 씨는 행정기관마다 태극기와 나란히 걸린 새마을기를 보며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대전시청을 비롯해 동구, 중구, 서구, 유성구, 대덕구 등 5개 자치구 모두 새마을기를 국기와 함께 게양하고 있다. 도대체 새마을기는 언제부터 관공서 곳곳에 내걸리게 된 걸까.

태극기 옆에 나란히 걸리는 초록색 ‘새마을기’는 대한민국 근대화의 표상으로 1972년 내무부가 새마을 표어·농민복과 함께 디자인을 공모해 제작했다. 녹색 바탕은 농촌의 녹색혁명을 상징하고 노란색 원안의 새싹은 근면·자조·협동이라는 새마을정신을 담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4월 22일 소집된 지방장관회의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수재 복구 대책과 함께 넓은 의미의 농촌 재건 운동을 전개하고자 자조·자립 정신을 바탕으로 각 마을을 단위로 하는 마을 가꾸기 사업을 제창했다. 이를 ‘새마을운동’이라 부르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새마을기 게양은 1976년 당시 내무부 권고로 전국 행정기관에 국기 다음의 2순위로 게양하는 규정을 만들면서 의무화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9년 “각급 공공기관에 새마을기를 게양해 공직자부터 새마을정신을 함양하고 이를 솔선 실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종식된 이후 구시대 유물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1994년 대통령 소속 행정쇄신위원회 논의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국민 정서와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게양 여부를 결정하도록 변경됐다. 게양 의무화 18년 만이다.

이렇듯 세월이 바뀌어 정부가 새마을기 게양을 강제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아직까지 많은 지자체들이 ‘새마을운동조직 육성에 관한 조례’나 ‘새마을운동조직 육성 및 지원 조례’ 등의 조례를 통해 새마을기 게양을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지자체가 새마을기를 게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시는 1995년 제일 먼저 새마을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했으며 광주시는 2017년 1월 이후로 새마을기 게양을 멈췄으며 세종시도 지난해 새마을기 게양을 완전 중단했다. 새마을기를 걸지 않고 있는 경상남도교육청은 대신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에 맞춰서 한반도기를 태극기와 함께 걸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기도와 부산시는 상시 게시를 격월로 조정해 게양 빈도를 줄였다. 부산시는 2017년 9월부터 내사랑부산운동연합 20주년을 맞아 새마을기와 내사랑부산운동기를 격월로 게양하고 있으며 경기도는 지난 1월부터 짝수달에 행사 깃발이 없을 경우에만 새마을기를 게양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퇴출 수순에 들어갔다. 경기도가 공식적으로 새마을기 상시 게양을 중단한 것은 1976년 의무 게양 지침을 시행한 이후 44년 만의 일이다. 새마을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게양을 전면 중단하지 않고 수시 교체 게양이라는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대전시도 새마을기 게양 관련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졌지만 여전히 답보상태다.

시 관계자는 “새마을기와 관련해 가끔 문의가 들어오긴 한다”며 “새마을기 게양에 대해서 부분 게양, 격월 게양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