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나 TV 등을 보면 고양이를 떼껄룩이라고 부른다. 생소하게 생긴 떼껄룩이라는 단어는 어디서 오게 된 것일까? 떼껄룩의 기원은 ‘엘더스크롤 : 스카이림’이라는 게임에서 엿볼 수 있다. 이 게임에는 고양이와 인간을 합쳐놓은 수인의 모습을 한 ‘카짓’이라는 종족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지역을 떠돌아 다니며 물건을 파는 보부상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이들에게 대화를 걸면 이들은 물건을 살펴보라는 의미로 “Take a Look”이라고 말하는데 카짓 특유의 억양으로 인해 마치 “떼껄룩”이라고 들린다. 떼껄룩이라는 단어가 찰지다고 생각한 일부 게이머들은 카짓 종족을 떼껄룩이라고 부르게 됐고 이는 곧 유행처럼 번져나가 고양이를 떼껄룩이라고 부르게 됐다. 떼껄룩의 유명세가 본격적으로 퍼져나가자 모 웹툰이나 광고 등에도 등장하게 되면서 최근 ‘강아지=댕댕이’를 잇는 반려동물 지칭 단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
최근 인터넷과 SNS에서는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으면 손흥민의 이름에 ‘King’을 붙여 ‘킹흥민’이라고 부른다. 멋진 활약을 보여준 손흥민 선수를 높여 부르는 말인데 비슷한 느낌으로 ‘God’를 붙인 ‘갓흥민’, 이 둘을 모두 합친 ‘킹갓흥민’ 등이 있다.정말 단순한 이런 유행어에도 유래는 있기 마련이다. 지난편과 동일하게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이번 유행어의 유래다. 해당 게임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A 사이트에서는 아주 잠시 특이하다 싶은 아이디를 캡쳐해 공유하는 행위가 유행했었다. 이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아이디
신박하다 어쩌면 몇몇 사람들은 ‘신박하다’가 유행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새롭고 놀랍다”라는 의미를 지닌 ‘신박하다’는 요즘 인터넷은 물론 각종 기사와 뉴스, 심지어 정부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단어면서 한자로 조합돼 무언가 뜻이 있을법한 단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건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모 대학의 국문학과 교수는 A 언론사의 칼럼에서 “‘신박하다’는 ‘신기하다’와 ‘대박이다’의 합성어거나 ‘쌈박하다’가 ‘신박하다’의 기원”이라고 추정하는 등 그 기원을 명확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신박하다’의 어원은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인기 게임에서 비롯된다. 와우에는 ‘성기사(Holy Knight)’라는 직업이 있다. 튼튼한 방어력과 다양한 버프 스킬 등으로 무장된 성기사는 와우에서 제일가는 맷집을 자랑했고 그 결과 B 커뮤니티 사이트 와우 플레이어들은 질긴 생명력을 지닌 성기사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성바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바퀴’는 읽기가 다소 어렵고 어감이 찰지지 않아 성기사의 별명은 ‘성박휘’로 변하고 말았다. 이후 ‘성박휘’는 또다른 급변을 맞이했다. 모든 단어를 줄여 부르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성박휘는 ‘성박’으로 불리게 됐고 해당 별명이 크게 유행하게 된 거다. ‘성박’이 널리 퍼져나가자 B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를 ‘박’으로 바꿔 부르는 말투가 곧 대세가 됐다. 성기사가 성박이 되면서 성기사의 ‘기’를 ‘박’으로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꾼’은 ‘사박꾼’, ‘돼지고기’는 ‘돼지고박’, ‘징기즈칸’은 ‘징박즈칸’으로 불리는 식이다. 특히 B 커뮤니티 유저들은 ‘기’를 ‘박’으로 읽지 않으면 “‘기’를 ‘기’로 말하는 예의범절은 어디서 배웠냐?”고 구박하는 등 웃음을 자아내게 되면서 더욱 유행하게 됐다. 이런 유행에도 불구하고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성기사는 게임 밸런스를 위해 패치를 거쳐 결국 약해지고 말았다. 그 결과 예전만큼의 맷집을 자랑하지 못하는 성기사를 성박으로 부르는 유저들은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성박은 ‘신박하다’라는 유산을 남겼다. ‘신기하다’의 기를 박으로 바꾼 ‘신박하다’는 의외로 좋은 어감과 그럴듯한 단어 배열로 인기를 끌게 됐고 이것이 지금까지 사용되는 신박하다로 이어지게 되면서 정부도 사용하는 단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