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 SNS에서도 사용되는 '신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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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몇몇 사람들은 신박하다가 유행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새롭고 놀랍다라는 의미를 지닌 신박하다는 요즘 인터넷은 물론 각종 기사와 뉴스, 심지어 정부에서도 사용할 정도로 보편화된 단어면서 한자로 조합돼 무언가 뜻이 있을법한 단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건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모 대학의 국문학과 교수는 A 언론사의 칼럼에서 “‘신박하다신기하다대박이다의 합성어거나 쌈박하다신박하다의 기원이라고 추정하는 등 그 기원을 명확히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신박하다의 어원은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인기 게임에서 비롯된다. 와우에는 성기사(Holy Knight)’라는 직업이 있다. 튼튼한 방어력과 다양한 버프 스킬 등으로 무장된 성기사는 와우에서 제일가는 맷집을 자랑했고 그 결과 B 커뮤니티 사이트 와우 플레이어들은 질긴 생명력을 지닌 성기사를 바퀴벌레에 비유하며 성바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바퀴는 읽기가 다소 어렵고 어감이 찰지지 않아 성기사의 별명은 성박휘로 변하고 말았다.

이후 성박휘는 또다른 급변을 맞이했다. 모든 단어를 줄여 부르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성박휘는 성박으로 불리게 됐고 해당 별명이 크게 유행하게 된 거다. ‘성박이 널리 퍼져나가자 B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으로 바꿔 부르는 말투가 곧 대세가 됐다. 성기사가 성박이 되면서 성기사의 으로 읽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꾼사박꾼’, ‘돼지고기돼지고박’, ‘징기즈칸징박즈칸으로 불리는 식이다. 특히 B 커뮤니티 유저들은 으로 읽지 않으면 “‘로 말하는 예의범절은 어디서 배웠냐?”고 구박하는 등 웃음을 자아내게 되면서 더욱 유행하게 됐다.

이런 유행에도 불구하고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성기사는 게임 밸런스를 위해 패치를 거쳐 결국 약해지고 말았다. 그 결과 예전만큼의 맷집을 자랑하지 못하는 성기사를 성박으로 부르는 유저들은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성박은 신박하다라는 유산을 남겼다. ‘신기하다의 기를 박으로 바꾼 신박하다는 의외로 좋은 어감과 그럴듯한 단어 배열로 인기를 끌게 됐고 이것이 지금까지 사용되는 신박하다로 이어지게 되면서 정부도 사용하는 단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신익규 기자 sig26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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