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연대기미국 남북전쟁 기간 중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에서는 1863년 7월 1일부터 사흘간 5만 1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그해 11월 19일 게티즈버그 국립묘지에서 링컨 대통령의 연설은 이 작은 도시 이름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당시 미국 정계와 사회에서는 갖가지 수식어와 수사법을 구사하는 장황한 연설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이런 추세와 동떨어진 약 3분간 272단어의 짤막한 스피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거듭 인용되고 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사라지
같은 뜻의 단어지만 ‘소젖’과 ‘우유’는 다른 느낌을 준다.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낭만적인 목장 풍경이 그려지기에 앞서 외양간에서 풍겨오는 냄새며 이런저런 시각, 후각 그리고 청각상의 요소가 ‘소젖’이라는 훌륭한 식품에 대한 선입견으로 작용한다. 우유라는 어휘는 영양가 있고 고소한 음료, 마시면 건강해질듯한 친근한 인상으로 이끈다. 영어표현 ‘밀크’를 떠올리면 ‘우유’에 이국취향이 덧붙여지고 상품성과 영양성분이 강화되는 듯하면서 ‘소젖’이 주는 여러 인상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노인’과 ‘늙은이’라는 동의어도 유사한 경우인데
◆고요한 장소, 한적한 공간의 여유뉴질랜드 면적은 26만 7710㎢로 세계 76위. 우리나라 면적의 거의 세 배 가까운 국토에 인구는 500만 남짓이니 거기서 이루어지는 삶은 대체로 상식과 일반적 상상의 범주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 여유, 고요, 쾌적, 자연친화 나아가 적막 그리고 ‘심심한 천국’이라는 느낌을 줄 만도 하다. 남북 두 개의 섬으로 다양한 자연환경과 식생, 기후로 비옥하고 드넓은 목초지는 우선 평화로워 보인다. 원시가 숨 쉬는 자연 그리고 도시과밀화의 어지러운 그늘에서 한걸음 비껴선 일상의 여유로움은 인구밀도가 높은
이런 저런 탈법과 변칙, 부정과 혼란이 여전히 사회를 어수선하게 하는 가운데 그래도 제대로 지켜지는 제도의 하나로 정년퇴직 연령준수를 꼽아본다. 해당 나이가 되면 어김없이 직장을 떠나야 하는 직군으로 우선 공무원, 교원, 군인(계급정년) 그리고 기업체 임직원들이 있다. 반면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은 정년개념에 아랑곳하지 않고 4선, 5선, 6선의 관록을 자랑하고 정계, 관계, 기업체를 누비며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한다. 22대 총선 입후보자 평균 연령은 56.5세로 21대에 비하여 1.7세가 늘어 고령화가 진행중이다. 최연소는 만 2
1960년대 우리나라 영화는 물량면에서도 엄청난 작품을 생산했고 특히 소재 영역에서 매우 다양했다. 당시 미수교국이었던 ‘죽(竹)의 장막’ 중국을 무대로 하는 작품도 적지 않았는데 ‘비련의 왕비 달기’(주나라), ‘양귀비’(당나라), 그리고 ‘아편전쟁’(청나라) 등 중국 역사의 여러 대목을 조명하는 영화가 많이 제작되었다. 지금처럼 투자나 기술력이 갖추어지지 않은 시절이었는데 그 상상력과 열정은 평가할 만하다. 그 가운데 ‘아편전쟁’(김수용 감독)은 까마득한 시절에 본 영화지만 아직 생생한 실물감으로 떠오른다.영국이 무차별 살포한
4.10 총선을 비롯한 정치판 관련한 크고 작은 보도가 매스컴을 점령한 가운데 넉 달 앞으로 다가온 33회 하계 올림픽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어, 벌써 올림픽이 열리나” 하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기억을 떠올리는데 코로나로 한해 늦춰진 탓에 개최 간격이 한 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1900년, 1924년에 이어 세번째로 하계 올림픽이 오는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데 그렇지 않아도 100년, 200년 등 연대기적 계기성을 유난스럽게 챙기고 기념하는데 남다른 열정을 쏟는 프랑스로서는 100년 만의 올림
나는 젊은 시절을 그리워한다,/ 젊음이 출발을 가리고 있던 /늙음의 문턱에 설 때까지/ 그 누구보다도 많이 세월을 허송하였구나 //그것은 걸어서 가버린 것도 아니고/ 말 타고 간 것도 아닌데;아, 어찌된 일인가?/ 갑자기 날아가 버리고/ 내게는 어떤 것도 남겨 놓지 않았네. (……)프랑수아 비용(1431∼1463 ?)이라는 프랑스 시인이 쓴 ‘후회’ 의 일부분이다. 머리가 좋았는지 1452년 파리 소르본 대학을 졸업했다. 그대로 잘 나갔다면 그의 자서시에 있듯 좋은 자리와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난폭한 성질,
전국 곳곳 도로 인프라는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건설되는 경우가 많지만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고속도로와 고속도로 못지않게 잘 닦인 국도, 곡선 구간을 펴고 폭을 넓히고 있는 지방도 등으로 나날이 길고 넓어지고 있다. 섬 지역도 다리 가설이 확충되면서 육지와 연결된 섬들이 늘고 있다. 섬 주민들의 내륙 왕래가 편해지고 자동차로 섬 여행도 수월해졌지만 예전 섬 나들이의 추억이며 정취가 일정 부분 퇴색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동차로 음식을 싣고 와서 섬의 풍광만 즐기다가 당일치기로 돌아가면 도서지역으로서는 경제적 이득이 거의 없고 행여 쓰레
서울에서 대전까지 KTX를 탔다. 종전에는 무정차의 경우 50분이면 도착했는데 지난번 열차 시각 개편 때 3분이 늘어나 53분이 소요된다. 실제 소요된 시간은 8분 늦은 61분이었는데 지연에 따른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었다. 승객들도 으레 그런듯 무덤덤하게 하차하였다. 승무원에게 지연 사유를 물어보니 눈이 많이 내려 그렇다면서 연착 사과방송을 깜빡 잊었다고 하였다. 폭설은 이미 그쳤고 철로도 대부분 정상화된 즈음이었다. 과거에는 2∼3분만 늦어도 양해를 구하는 멘트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몇 분 정도 지연은 다반사인 듯싶다. 정차역이
지인과의 저녁식사에서 그를 만났다. 짧은 시간 자기소개를 들었지만 살아온 역정이 곡진해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다. 얼마 뒤 병원에 입원했다며 퇴원 후 만날 일정을 잡기로 하여 기다리던 차에 부음을 들었다.동네 이웃 주민들로부터 외국 고위인사에 이르기까지 ‘환경대통령’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고 유영규 환경운동가 겸 중동 전문가는 64세의 길지 않은 생애를 마쳤다. 본인으로부터 살아온 이야기를 듣기로 하였던 약속은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으니 그가 남긴 SNS 자료들과 주변 사람들의 전언으로 드라마 같은 삶을 간략히 조명해
코로나로 한동안 꺼려했던 악수가 다시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다. 악수는 가장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글로벌 인사의 하나로 평등 개념의 바탕 위에 오랜 역사를 통하여 정립되어왔다. 그 기원은 대체로 두 가지로 추정되는데 먼저 중세까지만 해도 손에 무기가 없으므로 공격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키는 방법으로 사용되었고 지금에 와서도 화합과 우호의 상징으로 활용된다. 또 하나는 로마인들에게 손은 믿음의 징표였으므로 악수하는 행위는 신뢰의 표시 자체였다. 대통령 취임식은 물론 법정, 청문회, 입학식 등에서 선서할 때 손을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70년대 이후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욕실을 갖춘 아파트 보급이 급속히 확산되었고 이후 젊은 세대들이 모르는 사람과 함께 몸을 씻는 것을 그리 탐탁해하지 않으면서 공중목욕탕은 서서히 감소,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시기 몇 년 간 금기사항이었던 이른바 ‘3밀(密)’이 바로 공중목욕탕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더구나 작년 12월 세종시 공중목욕탕 감전 사고는 더더욱 발걸음을 망설이게 한다. 100명 이상 수용, 찜질방 시설을 구비해야 ‘다중이용업소’로 등록되어 지자체와 소방 당국의 정기점검 대상에 포함된다는데 소
미국을 이루는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 3800여 만 명부터 주민수가 가장 적은 와이오밍 57만 명에 이르기까지 각 주 인구나 세력 편차는 대단히 큰 편이다. 이런 다양한 환경의 구성요소를 포용하며 합중국(United States)을 이루어 여전히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는 미국의 민낯이 지난 몇 년간 코로나 기간 동안 여러 측면으로 드러났다. 세계를 이끄는 리더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재해대책 능력과 현실인식 그리고 풍요 속의 빈곤이 드러내는 여러 갈등과 그늘. 화려한 포장과 조명으로 군림하는 미합중국 내면의 이미지는 코로나 이후에도
1만 시간의 법칙.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평범한 명제에서 출발한다. 충분한 시간과 노력으로 경지에 오르게 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설정한 것이 1만 시간이라는 것이다. 하루에 너댓 시간을 할애한다면 최소한 7∼8년이 소요되는 셈이다. 개인적인 재능이나 소질, 집중도 등 변수가 많고 더구나 고착된 자신의 습관이나 방법을 고수한다면 이런 수치는 무의미해지기 쉽다.끊임없는 집중과 노력, 연마로 기량습득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함의적이고 상징적인 숫자로 이 1만 시간
지난해부터 활기를 찾은 지역 축제가 겨울철에 접어들어 주춤하는 사이 동계 특화 행사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여러 민물 어종을 앞세운 갖가지 명칭의 낚시 축제, 얼음 낚시 행사가 관심을 끌고 있다. 지역 홍보와 수익 창출을 앞세우는 지자체들의 관광 마케팅으로 겨울 한철 유사한 내용의 행사가 줄이어 선보인다. 대체로 강(江)의 일정 구간을 막아 얼음이 얼면 양식 물고기를 쏟아 넣고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얼음 구멍으로 물고기를 포획하게 된다. 잡은 물고기는 행사장 안에서 구이나 회로 바로 시식할 수 있다. 도심지
최근 매스컴에서는 중국의 새로운 와인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분주한 행보를 보도했다. 중국은 앞으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중국 소비물량의 절반 정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연간 약 6억 병의 와인 생산을 목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옛 소련연방에서 1991년 독립한 조지아가 최초의 와인 생산지라는 것이 학계의 정설인데 중국은 조지아보다 천 년 먼저 와인을 생산했다고 주장하면서 세계 와인 시장 석권을 위하여 맹렬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분야, 저 영역에서 스스로 종주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은 이제 와인에서도 시조임를 내세우
북극의 훈훈한 바다 속에 나른한 몸을 뒤채고 있던 용(龍)은, 어느날 쩌릉쩌릉 금가는 소리, 아득한 곳에서 얼음장 터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빙하에 뒤덮인 대륙들이 이제야 풀리기 비롯하는가…해가 걸렸던 저녁 바다에 달이 들어가듯 술래잡기 하는 지구의 몸짓과 더불어 평탄치 못할 바람과 운명과 생명의 두려움을 예감했다.…어느 날 아침, 용은, 하루살이 떼로 알았던 인간이 달나라와 별나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 몸서리쳤다.그로부터 용은 생각하는 버릇을 지니게 되었다. 혼자서 천만 년을 사는 것과 대를 이어 그만큼 사는 것과 어느 편이 나
중세시대 노르망디 지역을 두고 영국과 프랑스 간 복잡한 사건들을 거쳐 특히 15세기 백년전쟁 이래 두 나라는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앵글로 색슨과 라틴 계열의 차이만큼 감성과 의식의 편차는 컸다. 세계대전 중에는 같은 연합국 동맹이었고 유럽연합 결성과정에서도 주역으로 나섰으나 본질적으로 경쟁관계, 민족 자존심이 두드러지게 노정되는 그런 처지로 지내고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국 영화 ‘나폴레옹’은 영국인이 프랑스 국민 영웅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프랑스인들이 크게 반발했다는데 시나
프랑스 최대 항구도시 마르세유에서 3.5㎞, 배로 15분 거리 작은 섬에 세워진 이프 성(城)은 마르세유를 방어하기 위한 초소로 1531년 축조되었는데 그 후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두꺼운 벽을 비롯하여 복잡한 구조로 탈옥이 어려워 정치범 수용소로 쓰였다고 한다. 악명 높은 무시무시한 감옥이었지만 이곳에서도 계급과 권력, 부유함에 따라 차등대우가 이루어져서 힘 있는 죄수들은 햇볕이 잘 들고 벽난로가 있는 공간에 수용되었다고 한다.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의 대표작 ‘몬테 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된 이곳은 소설 속 이야기에
‘단관(單館)’은 글자 의미로 하나만 조성된 공간이나 건물인데 근래 대체로 멀티플렉스라고 부르는 복합영화관과 대비되는 2000년대 이전의 우리나라 극장 형태를 지칭한다.1990년대까지는 거의 대부분 극장에 상영관이 하나만 있었던 단관으로 운영되었는데 개봉관 상영이 끝나면 재개봉관, 3번관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서 관객들이 같은 영화를 볼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 동네 극장에서는 영화 2편을 함께 틀어주는 동시상영이 허다했고 가정용 VTR이 대중화되기 전까지는 대중문화의 주류를 이룬 곳이 극장이었다. 한 곳에서만 영화를 상영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