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심사가 있어 서울-대전을 엿새 동안 왕래하였다. 엿새 가운데 닷새 대전행 열차 옆자리에 젊은 여성이 앉았다. 그중 네 명이 약속이나 한 듯 앉자마자 핸드백에서 여러 가지 화장품과 도구를 꺼내놓고 화장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립스틱을 바르거나 콤팩트로 얼굴을 잠시 두드리는 차원이 아니라 한 시간 이상 숱한 기자재를 이용하여 화장에 몰두하였다. 똑바로 보지는 못하였지만 무척 정성스럽게 각 부위를 다듬는 듯하였다.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의 장시간 화장이 이제는 일상화되어 행여 이런 행동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기색을 보인다면 시대에
우리 사회 디자인 수준은 세계정상급이다. 제품 디자인, 시각 디자인을 비롯하여 곳곳에 스며있는 기발하고 감각적인 디자인 환경은 우리의 선진감성과 문화수준을 보여준다. 감성사회에 깊숙이 진입한 이즈음 제품과 서비스 선택기준이 가격이나 내구성보다는 ‘필(feel)’과 감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날이 강해지면서 감성이 이끄는 마케팅의 힘은 커져간다. 더 참신하고 보다 신선한 디자인의 영향력이 삶의 수준과 사회구성원의 문화감수성을 획기적으로 높여갔으면 한다.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된 디자인 수준에 비추어 다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의 하나가 자동차
‘글로벌 매너’는 세계 각국 대표들이 한데 모여 토론과 의결로 명문화된 규범이나 행동강령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민족과 언어, 문화와 삶의 양상이 천차만별인 각 나라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교류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형성된 일종의 암묵적인 양해 사항이자 불문율에 다름 아니다. 특히 국제교류가 빈번한 이즈음 충돌을 방지하고 오해로 인한 소모적인 낭비와 피해를 방지하려 세계인들이 공통적인 준칙으로 여기는 관행이므로 시대가 바뀌고 인식이 변화하면서 일정부분 변화하기도 한다.2000년 이전 입학한 대학생들은 매너강의 수
추분에서 동지까지 석 달 남짓, 그 중반 무렵에 다다랐다. 해가 비교적 일찍 지고 어둠이 깃드는 시간이 빨라지는 이즈음 문득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 낮과 밤의 경계를 이루는 애매한 시간, 낮이라고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딱히 밤이 되었다고 하기도 어렵다. 낮과 밤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점을 일컫는 표현으로 프랑스 전래 관용어에서 유래하였다. 목동들이 하루 방목을 마치고 돌아갈 즈음, 저만치에 어슴푸레 보이는 실루엣이 나를 도와주는 개인가 혹은 양이나 염소, 소떼를 해치러온 늑대인가를 명확히 식별하기 어려운 시점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 낙서형태로, 로제타석(石)에 그리고 파피루스에도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적혀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로제타석에는 이집트 파라오 프톨레마이오스 5세에 대한 칭송의 글이 기록되어 있어서 거론되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을 개연성이 적고 피라미드, 파피루스 경우도 보다 정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나이든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갈등에서 빠지지 않는 표현 중의 하나인 ‘버릇없다’ 등등의 문구는 동서양, 고대와 현대를 막론하고 등장하는 상투어인데 21세기 전반기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 간 갈등과 이질감이 한층 격화,
음식점이나 접객업소에서 더러 종업원들의 과잉 서비스를 받으면 불편하다. 나름 친절하게 봉사한다고 애쓰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즐겁기 보다는 거북하다. 특히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의 접객은 높은 수준으로 훈련받고 오랜 경험으로 익숙해진 응대겠지만 늘 편안하지만은 않다. 대중 서비스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우리 사회로서는 특히 팁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소에 받아보지 못한 친절한 응대가 그래서 더 어색해지는지 모른다.집 근처 뷔페식당에서 빈 접시를 종업원이 치워가지 않았다. 주말이라 바쁜가 생각했는데 도무지 오지 않았다
얼굴은 다른 사람 시선에 노출되고 상대방은 무엇보다도 먼저 내 표정을 보고 친절과 상냥한 마음을 판단한다. 그리고 그 인상과 분위기에서 여러 가지 심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며 반응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인에 대한 첫 인상을 물으면, “한국인들은 표정이 비슷비슷해 보인다”라고 대답하는데 21세기 들어와 20세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표정의 그늘이 상존한다는 말이다. 얼굴 표정은 인간관계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첫 징표이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기본요소 중의 하나가 된다.표정을 나타내는데 있어 일가견이 있는 프
단독보다는 협력, 소수보다는 다수의 울력으로 결합하여 안전보장, 공동번영 등을 이루려는 시도는 1차 세계대전 후 국제연맹,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국제연합 (U.N.)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럼에도 국제연합은 출범 당시의 취지와 기능을 제대로 구현, 강화하지 못하고 극소수 강대국 위세에 영향 받는 이즈음 최대규모 국제기구로서의 위상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하여 주로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구, 동맹체를 결성하여 방위, 교역, 교류 측면에서 상호협력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러운 추세가 되었다. 단일 대륙
공중전화 박스가 곳곳에 있던 시절 전화기 옆에는 두꺼운 전화번호부가 비치되어 있었다. 인명과 상호 편으로 나뉘어 도시 규모에 비례하는 두께로 가입자(가입점포) 이름과 전회번호가 깨알같이 인쇄되었다. 그리고 114 안내에서도 전화번호를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해외 패키지여행에서는 숙박호텔 방 배정표에 이름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를 함께 기재하여 전원에게 나누어 주었다. 불과 십수 년 전이다. 서가에 꽂힌 빛바랜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펼쳐보았다. 앨범 끝부분 반별 주소록에는 이름과 주소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거의 전부가 단독주택이었
대중의 취향이나 유행은 무상하게 변화한다. 더러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지나가면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무엇이 유행을 만들고 사회 구성원들의 흥미를 유발시켜 집단열풍으로 몰아갈까. 그 자체로 흥미로워 관심을 끌기도 하고 기업이나 조직이 이윤추구 또는 다른 목적으로 사전 치밀한 플랜으로 붐을 조성하는 경우도 있다. 사회가 빈곤하던 시절에는 유행이라는 개념조차 존재하기 어려웠지만 소득이 향상되고 특히 1990년대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감성사회’로 진입하면서 유행은 트랜드라는 개념으로 접목되어 집단취향을 조성하고 거대한 쏠림 현상으로 증
걸출한 학자, 애국지사, 정치인 그리고 문화예술인의 별세, 50주기, 100주기 등을 기념하면서 고인의 성취를 새롭게 되새기는 일은 의미 있다. 의례적인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 분들의 자취와 경륜을 재평가하여 후대에 주는 교훈과 영향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중요하다.지난주와 이번 주 한국영상자료원 주최로 진행 중인 ‘시대를 초월한 영화작가, 이만희 50주기전’은 시대의 애환을 그려내고 다가올 미래를 예언했던 이만희 감독 (1931∼1975)의 영상미학을 새롭게 확인하는 뜻깊은 행사였다. “당신은 포탄 속을
젊은 연출가 니콜라 바타이유(1926~2008)는 1950년 봄 프랑스 파리 소극장 녹탕뷜에서 생소한 연극 연출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루마니아 출신 극작가 으젠 이오네스코(1909~1994)가 쓴 ‘대머리 여가수’였다. ‘반(反)연극’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오랜 세월 관객에게 익숙했던 사건 전개나 인물 성격 분석 위주의 연극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도발‘ 그 자체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17세기 고전극 이후 관객들에게 익숙하였던 미적 쾌감과 즐거움, 카타르시스는 커녕 생소함, 나아가 고통을 주는
다닥다닥 붙은 책상과 걸상, 좁은 교실에 학생 80여 명. 겨울철에 난로라도 들여놓으면 더욱 좁아진다. 선생님들은 담임반 수많은 학생들 이름이며 성격, 가정환경 그리고 개인별 학업 성취도를 파악하기에 힘드셨을 것이다. 6,25 전쟁 이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 부머 세대는 한해 신생아가 100만을 훨씬 웃돌았지만 열악한 교육, 사회환경의 시대를 살았다. 매년 태어났던 이 100만여 명 그룹과 그 이전 세대들이 막강한 인력을 이루어 일터에서 군대에서, 해외에서 제각기 소임을 다하며 오늘의 우리나라를 이루었다고 하면 ‘국뽕’ 발언이 될까
최근 여름휴가 해외 여행지로 몽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오가는 우리나라 항공사가(계절편 운행 포함) 7개나 되고 몽골국적기도 운항되니 상당한 규모다.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국제공항 국제선은 아직 몇 개 되지 않아 대한민국 왕래 여객 수송규모는 단연 압도적 1위를 기록한다.몽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중국 땅이지만 내몽골자치구도 인기 있는 관광지로 꼽히는데 급속히 확충되고 있는 관광 인프라로 중국문화와 몽골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독특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로 오지 않고 중국 땅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한국문화를 경험하
어린 시절 고향집에 과수원이 있었는데 직접 경작할 상황이 되지 못하여 세를 주었다. 수확철에 얼마의 현금과 사과 몇 상자를 받곤 했는데 철도 탁송이나 화물 회사를 통해야 했다. 청량리역, 건영화물 같은 곳에 직접 찾으러 가서 택시로 옮기는 등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지금 같은 골판지 박스며 부직포, 스티로폼, 비닐 등으로 요란스럽지 않은 포장이었다. 대패질이 덜 된 거친 나무판자를 못질한 궤짝에 신문지를 깔고 왕겨 사이에 사과를 넣었다. 요즘은 사과 한 박스에 10∼20과 정도가 담기지만 나무 상자에는 많은 경우 50여 개 이상 들어
좌식생활에서도 그렇지만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거나 대화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반하여 올바른 ‘의자사용법’은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않은 듯하다.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비쳐지는 나의 이미지나 품격 차원에서 올바르게 앉는 자세는 중요하다. 나아가 조직을 대표하거나 국가원수의 경우 멋지게 앉아 대화, 회담하는 모습은 그가 이끄는 집단과 나라의 수준과 품격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의자 착석 매너는 중요하다. ‘올바른 의자사용법’은 학교교육에서도, 매너 교본에서도 배우거나 익힐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박물관’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낮은 조도 밀폐된 공간의 유리 진열장, 식별은 가능하지만 그리 밝지 않은 조명 아래 근엄하게 놓인 유물 그리고 깨알 같은 글자로 채워진 설명 패널로 구성된다. 중고 시절 단체 견학으로 들렀던 박물관의 모습은 그 이후 오랜 세월 고착된 형상으로 남아 있었다. 이런 고정관념은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어두운 분위기가 밝아졌고 고정되어 화석 같은 느낌을 주던 소장품에 생동감이 더해지는듯 크고 작은 기획전시와 참여 프로그램으로 종전 엄숙한 분위기의 공간에 밝은 활기가
힘이 센 나라가 근처에 있으면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강대국 주변 국가들의 역사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고초와 피해로 점철되어 왔다.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은 열강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막강한 함대 등 군대를 앞세운 침탈의 발걸음에 짓밟혔다. 가장 많은 식민지를 보유했던 영국이 바로 옆 작은 섬나라 아일랜드를 그냥 두었을까.12세기 말 이후 영국은 아일랜드를 넘보기 시작하여 16세기 헨리 8세 치하 본격화되었다. 헨리 8세는 아일랜드를 영국 왕국의 일부로 선언하고 많은 정착민들을 이주시켰는데 17세기 올리버
◆‘한성항공’의 추억휴대전화에 입력된 전화번호를 오랜만에 정리하는 중 얼핏 생소한 이름의 번호가 하나 나왔다. ‘한성항공’, 생각해보니 운항 당시 예약문의 후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은 채 세월이 지난 듯하다.한성항공, 2004년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운항하다가 경영난으로 재기하지 못하고 결국 사라진 브랜드, 우리나라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로 이제는 사람들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회사설립 후 우여곡절 끝에 프로펠러 항공기 ATR기종을 도입하여 의욕적으로 하늘을 날았으나 자본부족, 잦은 사고와 고장, 정비 불량, 제트기에 익숙한 고객
54개 나라가 자리 잡은 아프리카 대륙은 대체로 국경선이 직선에 가깝다. 아시아, 유럽대륙에 비해 국경의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게 곧게 뻗어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식민지배 했던 영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포르투갈 같은 유럽 각국들이 이리저리 금을 그어가며 나누어 통치한 흔적인양 대부분의 나라가 독립한 1960년대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그 흔적은 선명하고 강렬하다.반면 유럽 각국 국경선에서는 중세 이후 좁은 대륙에서 그들이 벌였던 각축과 침략-피침의 역사가 내비친다. 여섯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