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실무에서 일을 하다보면 종종 갓 태어난 아이들이 세상의 밝은 빛을 보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하는 경우를 접하게 된다. 신생아나 영아는 선천성 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자기방어력이 현저히 약해 감염으로 사망하기도 하지만 때론 직계존속에 의해 생명을 저버리기도 한다. 영아살인의 경우 분만 직후 화장실에 버려지는 단순 유기부터 질식시켜 강변에 유기하는 사례까지 다양한데 어떤 부모들은 “분만 직후 숨을 쉬지 않았다”고 뻔뻔한 주장을 하기도 한다. 본 편에서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을 복기하면서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을 찾
2001년 12월 21일 대전 둔산동의 한 은행 지역본부에서 권총강도 사건이 발생했다.이 은행 A 지점에서 현금출납을 담당하던 B 과장, 청원경찰, 운전기사 등 세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현금수송차량을 이용, 지점 영업자금을 지역본부로 수송하고 있었다.사건은 본부 지하주차장에 도착 후 현금 3억 원이 든 두 개의 가방을 막 내리려 할 때 일어났다. 갑자기 어디선가 복면을 쓴 남성 두 명이 검정색 승용차에서 내린 뒤 꼼짝 말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그들이 쥐고 있었던 권총이 불을 뿜었다. 권총에서 발사된 세 발의 총탄 소리가 울리던
동네에서 흔히 눈에 띄는 작은 강아지 ‘발바리’. 그런 발바리가 언제부턴가 연쇄성폭행범을 일컫는 별칭으로 변모했다. 연쇄성폭행범들의 신출귀몰한 도피행각을 잘 표현한다는 이유에서인데 본 편에서는 발바리 사건 속 법의학의 귀중한 전진을 들여다본다.#1. 대전, 발바리의 등장1990년대 중후반 대전 동부경찰서 관할 중이던 A 대학 인근 원룸에서 강도·강간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점차 지역을 넓히더니 1990년 후반부턴 젊은 여성들이 주로 거주하는 갈마동, 월평동, 만년동, 탄방동 등으로 확대됐다.그러던 중 2000년 8월, 국립과학수사
준비 없는 죽음은 늘 아리게 다가온다. 사회의 수많은 죽음을 접할 때마다 초연할 수 없는 건 우리 스스로도 그 앞에선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인데 법의학과 인생을 함께하면서 안타까운 죽음을 여럿 접했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를 초연하게 바라볼 수 없다. 법의관의 운명은 그 앞에서 초연해야만 한다. 그래야 망자의 죽음 아래 숨겨진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서다. 법의학 속 내 삶의 기억을 더듬어 그 이유를 찾아보려 한다.#1. 사라진 여성의 싸인(Sign)1990년대 후반 장마가 한창일 때 얘기다. 필자는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날씨가 세월을 말하는 요즘이다. 기록적인 무더위라는 여름을 견뎌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제법 찬바람 불고 서리 내리는 날씨가 익숙하게 다가온다. 설악산에는 벌써 눈이 내렸다. 쌀쌀하고 추워진 날씨에 이제 가정마다 본격적으로 난방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순간의 방심이 평생의 아픔을 남길 수 있는 일산화탄소 중독을 법의학적 측면에서 파헤쳐본다.#1. 소외된 사람들, 그 겨울일산화탄소로 인한 사고는 여름에 오랫동안 난방을 하지 않던 방바닥, 아궁이 쪽에 균열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경우
법의학에 종사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있다. 시신을 보는 것이 무섭지는 않은지가 단연 첫째다. 그 다음은 생업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가장들이 숱하게 듣는 '얼마나 버느냐'다. 그 중 법의학에 호기심이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혹 시신에 칼을 대면 피가 나오는지, 부검이 이뤄지는 부검실은 어떻게 생겼는지를 묻기도 한다. 본 편에서는 그 질문들 중 우리나라 부검실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1. 숙원, 무균 부검실 2018년 11월 2일은 한국 법의학의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매우 의미있는 날이다. 클래스3
흔히 허위조작정보라 일컫는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심각성이 우려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정치 분야는 지향하는 성향과 국민의 알권리 사이에서 사건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확대·재생산돼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다. 평범한 시민의 한사람으로 우리 사회에 엿보이는 이념 갈등을 보고 있노라면 남북통일보다 지불해야 할 대가가 훨씬 크겠다는 암울함을 쉬 지울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을 이대로 방치했다간 사회가 감당해야 할 손해가 예상보다 클 것임은 자명하다. 사회 갈등 구조 속에서 허위조작정보가 통제되지 않은 전염병처럼 확산일로
서중석 에스제이에스법의학연구소장의 연재물 [서중석의 싸인(Sign): 삶과 죽음의 진실게임]을 싣습니다. 서중석 소장은 지난 2011년 방영된 국내 최초의 메디컬 수사 드라마 ‘싸인’의 주연인 박신양이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의관 윤지훈 역의 실제 주인공입니다.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2대 원장으로서 국과수를 이끌었으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박초롱초롱빛나리 양 유괴사건’(1997년), ‘대구지하철 참사’(2003년), ‘서래마을 프랑스인 영아 살해사건’(2006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