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 조금은 이른 듯 쇼핑몰에 등장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2001년 개봉한 피터 첼솜이 감독의 영화 '세렌디피티'다. ‘우연한 행운’을 뜻하는 세렌디피티. 우연이 겹치면 그것은 행운이 되는 것일까.크리스마스 이브, 사라와 조나단은 뉴욕 블루밍스데일 백화점에서 각자의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중이었다. 우연히 같은 장갑을 고르게 되었지만 검정색 캐시미어 장갑은 그 매장에 남은 마지막 하나였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장갑을 조나단이 양보해 사라가 장갑을 사게 된다. 장갑을 양보해준 조
우리에게는 ‘다가오는 것들’, ‘베르히만 아일랜드’ 등으로 알려져 삶과 예술의 의미를 깊이 탐구해 온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8번째 장편을 만나 보려 한다. 감독은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상실과 사랑의 공존’에 주목했다고 말한다. 철학 교수였던 그의 아버지는 퇴행성 질환을 오래 앓았다. 아버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감한 미아 한센 감독은 아버지의 존재를 영화로 남겨 기억하고 싶었다. “이 영화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겠다’는 필요에 의해 만들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라 할
인생을 바꾸는 짧고 찬란한 여름. 사랑받는다는 것이 한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깨닫게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코오트의 여름을 함께 따라 가보려 한다.영화 ‘말없는 소녀’는 제72회 베를린 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부문(청소년 영화만을 대상) 대상은 물론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37관왕을 석관하고 전 세계 최다 관객상을 수상하며 관객이 뽑은 최고의 영화로 등극한 영화다. 클레이 키건의 원작 소설 ‘맡겨진 소녀’를 영화화 했으며 아일랜드에서는 출간 이후 줄곧 교과과정에 포함될 만큼 작품성을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것, 관계를 맺고 친밀해지는 과정은 어쩌면 그 자체로 ‘고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삶이 계속되는 동안 끝나지 않을 ‘모험’이기도 하다. 모험은 힘들지만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그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이 또 있을까.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 '엘리멘탈'의 주인공은 물과 불이다. 물과 불, 섞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만나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고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픽사만의
영화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는 2017년 ‘더 스퀘어’로 칸영화제 첫 경쟁 진출과 동시에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에게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기생충’의 크루즈판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기생충의 지하와 반지하 주택이 패션쇼, 크루즈, 무인도로 설정됐을 뿐 자본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계급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다.총 3부로 구성된 ‘슬픔의 삼각형’은 젠더, 부, 정치, 계급, 인종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1부에서는 모델
영화 ‘우아한 세계’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은 조직폭력배 인구의 이야기다. 남자들의 세계 안에 있는 아버지, 즉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삶에 주목한다.가족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매일이 전쟁터인 일터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이 시대 가장들의 위치를 언제 뒤에서 칼 맞을지 모르는 공포감을 안고 사는 조폭의 불안과 닮아있다고 말한다. 승진은커녕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기감을 씻어내지 못하는 현실과 그렇게 애를 써도 가족에게는 외면당하는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보여 준다.주인공 인구는 과장, 팀장 호칭보다 ‘형님’ 소리를 듣는 건달이다.
당신의 '4월'은 어떤 모습인가요?봄은 새하얀 도화지를 닮았다. 누군가에겐 대학을, 회사를 위해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 시작되는 시간. 하얀 도화지에 새로 그림을 그리듯 벅찬 마음이 담긴 특별한 계절이다.영화 ‘4월 이야기’는 ‘러브레터’로 잘 알려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으로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수채화 같은 영화다. 홋카이도 출신 주인공 ‘우즈키’가 도쿄의 대학에 입학하면서 시작되는 그녀의 적응기를 그린 영화로, 혼자서 낯선 도쿄에 정착하려는 내성적인 우즈키를 보노라면 나도 무언가 시작하고 싶은 즐거운 충동
3월, 봄과 함께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드디어 본격적인 ‘시작’이 피부에 와닿는다, 시작에는 설렘, 낯섦, 두려움이 내재돼 있다. 그 낯섦과 두려움에 위로와 힘이 되는 영화 ‘모아나’를 소개하려 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고 온전히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세상과 벽을 쌓지 않고 나를 지키며 변화의 바람에 꺾이지 않는 삶의 지혜를 ‘모아나’를 통해 엿보고자 한다.평화가 가득한 모투누이섬에는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전설이 하나 있다. 세상이 바다만으로 이뤄졌을 때 ‘테피티’라는 생명의 여신이 만물에
[금강일보] 젊은 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 중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이 트렌드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물론 그 소비 트렌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단순히 제품의 성능이 아닌 가격 대비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따져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의 소확행 뒤에는 ‘가심비’, ‘가성비’라는 말도 세트처럼 따라다녔다. 비록 돈과 집은 없지만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자신만의 취향이 확고한 요즘 세대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한다.당신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무
[금강일보] 선의의 거짓말은 필요할까. 영화 '페어웰'은 시한부 할머니와 작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손녀와 가족이 등장해 따뜻한 가족애를 전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의 여성 감독으로 떠오른 ‘룰루 왕’ 감독의 작품으로 ‘세계 영화제 33관왕, 157개 부문 노미네이트’ 대기록을 세운 화제작이다.영화 제목 ‘farewell’은 ‘작별’의 의미를, ‘fare well’은 ‘잘해나간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룰루 왕 감독의 자전적 경험에서 출발한다. 첫 장면은 병원을 찾은 할머니가 말기 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진단 결과를
[금강일보] 코코넛과 상어 중 사람을 더 많이 죽인 건 무엇일까? 얼핏 상어라고 답할 수 있지만 정답은 코코넛이다. 인간을 위협하는 상어보다 인간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코코넛에 맞아 죽는 사람의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속 두 주인공을 통해 그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다니엘 블레이크는 일생을 목수로 살았다. 정신질환을 앓던 아내를 보살피다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평생 모아둔 돈은 바닥난다. 다니엘의 심장병도 악화되면서 일을 쉬지 않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주치의 권고를 받는다. 질병수당 심사에서
[금강일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과정, 그것은 우리의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끝나지 않을 숙제일지 모른다.영화 '어디갔어, 버나뎃'은 나조차도 잊고 있던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다.영화 '어디 갔어, 버나뎃'은 마리아 셈플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뉴욕타임즈에 84주간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렸으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됐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영화화했다.주인공 버나뎃은 남편과 15살 딸을 두고 있다.남편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잘나가는 프로그래머이고 공부를 썩 잘하는 딸은 어렵기로 소문난 유명 사립 고등학
영화 ‘땡큐, 대디’는 조금 특별한 아들 줄리안의 꿈을 위해 불가능한 도전에 나선 아버지 폴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영화는 전신마비 장애아들과 함께 40여 년간 달리고 있는 ‘팀 호이트’ 부자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신마비 장애로 말을 할 수 없었던 아들 릭이 컴퓨터를 통해 던진 첫 마디가 “RUN”이었고 이후 아버지 딕은 아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해 풀코스 마라톤 64회, 철인 3종 경기 6회, 단축 철인 3종 경기 206회 완주, 달리기와 자전거로 6000㎞ 미국대륙횡단 등을 실시해 전 세계인을 놀랍게 했다
한 번쯤 천재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고는 했었다.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게 되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부모가 되고 나서는 내 아이가 남의 아이보다 뛰어나고 특별한 재능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 적도 있는데 어쩌면 그 마음은 이 세상 모든 부모가 한 번 쯤은 해봤을 바람일지도 모른다.영화 ‘비투스’는 그런 천재 소년의 성장 과정을 담은 영화로 전 세계 42개 영화제에 초청됐던 스위스 영화다. 12살 나이에 경비행기를 조종하는 아이큐 180의 천재 비투스. 주인공 비투스는 피아노를 비롯해 다방면
“인간은 섬이다.” 주인공 윌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폴 웨이츠 감독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모든 사람은 섬이다’ vs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명제를 관객에게 던지며 시작한다. 어느 한 쪽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애매한 명제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갖고 몰입되는 매력적인 영화다.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오히려 혼자가 편했던 사람은 거리두기가 공공의 에티켓이 되는 순간 더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눈총을
[금강일보] 팬데믹 단계에 접어든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감염 우려 탓에 외출을 자제하고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을 줄이고 삼시 세끼 완전한 ‘집밥’을 먹는 일이 생활화됐다. 어쨌든 음식이 주는 기쁨은 단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뿐 아니라 식탁을 둘러싼 분위기도 느끼는 것이기에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음식이 우리에게 주는 역할과 가치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이 음식 재료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식사를 준비하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2월의 모든 강의 일정이 5월로 잠정 연기됐다. 뜻하지 않은 휴가를 맞게 된 나는 익숙지 않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게 됐다. 바쁜 일상을 벗어나 이 기회를 잘 보내보리라 마음먹었다. 평일 낮까지 맘껏 늦잠을 자고 TV 속 누군가처럼 커피 한잔을 들고 거실 창밖의 여유로운 풍경을 맞이하리라. 그동안 미뤄뒀던 영화도 책도 원 없이 보리라.하지만 작은 바람은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무너져버렸다. 이제 입주한 지 2년 된 아파트는 새 주인을 맞느라 분주했다. 주인이 바뀔 집에서 들려오는 인테리어
새해가 되면 마음 한편에 ‘올해의 결심’을 새긴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 새해의 설렘이 점점 희미해지고 매년 반복하듯 한 해의 다짐이 작심삼일의 문턱에 걸리기도 한다.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새해 목표를 세운 100명 중 오직 8명만이 성공한다. 혹여 당신이 스스로 세운 계획을 성공시키지 못한 92명 중 한 명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가장 큰 방해요소를 찾아보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서 실행해보자. 바꾸고 싶었던 지난해 모습이 종전과는 크게 달라질 거다.매년 나의 목표 중 하나는 ‘몸만들기’였다. 늘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