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 대표

갑자기 추워진 날씨, 조금은 이른 듯 쇼핑몰에 등장한 크리스마스 소품들을 보면서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다. 2001년 개봉한 피터 첼솜이 감독의 영화 '세렌디피티'다. ‘우연한 행운’을 뜻하는 세렌디피티. 우연이 겹치면 그것은 행운이 되는 것일까.

크리스마스 이브, 사라와 조나단은 뉴욕 블루밍스데일 백화점에서 각자의 연인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중이었다. 우연히 같은 장갑을 고르게 되었지만 검정색 캐시미어 장갑은 그 매장에 남은 마지막 하나였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장갑을 조나단이 양보해 사라가 장갑을 사게 된다. 장갑을 양보해준 조나단에게 사라는 고마움의 표시로 세렌디피티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를 대접한다. 서로의 짝이 있음에도 조나단과 사라는 고조된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맞물려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조나단은 사라에게 전화번호를 교환하자고 제안하지만, 평소 운명적인 사랑을 원하는 사라는 주저하며 운명에 미래를 맡기자며 제안을 거절한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길을 가던 조나단은 목도리를 두고 온 것을 깨닫고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가, 마침 장갑 선물을 두고 간 사라와 재회한다. 다시 만난 우연에 두 사람은 인연이라면서 근처 스케이트장으로 향한다. 스케이트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고 이에 만족한 사라가 전화번호를 쪽지에 적어 주려는 순간,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조나단이 다시 적어달라고 하지만 사라는 신이 우리의 만남을 허락하지 않는다며 신의 계시라고 말한다. 조나단의 계속되는 부탁에 사라는 5달러 지폐에 그의 연락처를 적게 하고 그 돈으로 노점에서 사탕을 산다. 그리고는 우리가 만약 인연이라면 그 지폐가 다시 자신의 손에 돌아올 때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조나단의 제안으로 사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소설책에 연락처를 적어 헌책방에 팔기로 하며 그 책이 조나단의 손에 들어오면 운명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게 헤어지기에 너무 아쉬웠던 사라는 마지막으로 각자 엘리베이터를 탄 뒤 원하는 층을 눌러 만나면 번호를 주겠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둘은 만나지 못한다. 몇 년이 지난 후, 사라와 조나단은 각자의 약혼자와 생활하면서 조나단은 여전히 헌책방에 갈 때마다 그 책을 찾아 보지만 성과는 없었다. 사라 역시 5달러 지폐를 볼 때마다 조나단의 전화번호를 확인하며 그리워 한다.

조나단의 결혼식은 점점 다가오고 불안해진 조나단은 친구와 함께 사라를 찾으러 나서지만 끝내 찾지 못한다.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조나단의 약혼녀가 조나단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사라의 주소가 적힌 책을 결혼 선물한다. 결혼식이 내일이지만 조나단은 친구와 함께 마지막으로 사라의 집으로 가기 위해 영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한편 사라도 결혼할 예정이었지만 음악에만 심취해 있는 애인과 거리감이 생기고 여러 심경의 변화로 조나단을 떠올리며 뉴욕으로 여행을 가게 되지만 조나단과 사라의 동선은 꼬여 간발의 차로 서로 어긋난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뉴욕으로 돌아오는 비행기가 연착되어 조나단은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덕분에 사라와 스케이트장에서 운명처럼 재회에 성공한다. 그리고 영화는 매년 크리스마스에 블루밍스데일 백화점을 찾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엔딩으로 끝이 난다.

누구나 운명적 사랑을 원하지만 결국 운명도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이들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제목을 운명(destiny)이라고 말하지 않고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라고 표현한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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