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연구소 ‘꿈꾸는다락방’ 대표

“인간은 섬이다.” 주인공 윌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폴 웨이츠 감독의 영화 '어바웃 어 보이'는 ‘모든 사람은 섬이다’ vs ‘인간은 섬이 아니다’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명제를 관객에게 던지며 시작한다. 어느 한 쪽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애매한 명제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갖고 몰입되는 매력적인 영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거리두기 캠페인이 시작됐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오히려 혼자가 편했던 사람은 거리두기가 공공의 에티켓이 되는 순간 더는 특이한 사람이라는 눈총을 피할 수 있어 환호한 반면, 어딘가에 속해 있고 누군가와 연결돼 있을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거리두기 캠페인이 거의 형벌에 가깝다는 반응이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에서 ‘사회적’이란 어느 정도의 심리적 무게를 의미하는 것일까. 인간은 섬이라는 한 남자와 인간은 섬이 아니라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이라는 적정한 교집합을 생각해보게 한다.

주인공 윌은 철저하게 한 섬으로 살아가고 있다. 운 좋게 아버지가 작곡한 캐럴 하나가 히트 치면서 그 노래의 저작권료만으로도 평생 일하지 않고 살 수 있는 행복한 백수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하며 결혼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친구들이 왜 결혼이라는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윌이다.

한편 왕따 소년 마커스는 이혼한 엄마와 둘이 살지만 엄마가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를 하자 엄마를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윌을 엄마의 남자친구 감으로 점찍게 된다. 아직 어리지만 엄마와 둘이 사는 자신의 외로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윌과 마커스, 둘 사이의 거리를 점점 좁혀가는 과정을 중심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 초반 모든 인간은 섬이라고 말하던 윌은 마커스를 통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갇혀있던 자신만의 내면의 섬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이 마커스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점차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영화 후반 윌은 다시 말한다. “모든 인간은 섬이다. 난 이 말을 믿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독립된 섬들이 바다 밑에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

1인 가구의 증가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 되는 요즘, 어쩌면 우리 사회도 윌처럼 자신의 영역은 침범받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며 무거운 책임에서는 자유롭고 싶은 선택적 고립을 자초하는 독립된 섬들이 늘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들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요즘은 적정한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우리는 분명 사회적 동물로서 사회라는 커다란 바닷속에 서로 연결된 군도(群島)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참뜻과 적정한 관계의 아름다움을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윌과 마커스를 통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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