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최근 여름휴가 해외 여행지로 몽골이 관심을 끌고 있다. 수도 울란바토르를 오가는 우리나라 항공사가(계절편 운행 포함) 7개나 되고 몽골국적기도 운항되니 상당한 규모다. 울란바토르 칭기스칸 국제공항 국제선은 아직 몇 개 되지 않아 대한민국 왕래 여객 수송규모는 단연 압도적 1위를 기록한다.
몽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중국 땅이지만 내몽골자치구도 인기 있는 관광지로 꼽히는데 급속히 확충되고 있는 관광 인프라로 중국문화와 몽골문화를 동시에 체험하는 독특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로 오지 않고 중국 땅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다. 비행기로 세 시간 반이면 초원과 사막이 광활하게 펼쳐진, 아직 개발이 덜되어 낯설지만 친근해 보이는 나라에 닿는다. 우리와 얼굴이 가장 비슷해 보이는 외국인을 만난다는 호기심이 추동력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몽골을 다녀온 사람들의 공통적인 후일담에는 대부분 수도 울란바토르의 극심한 교통 체증이 포함된다. 도로 확장이나 정비가 덜된 상황에서 늘어나는 소득에 따라 급속히 증가하는 자동차로 울란바토르에서는 주민 50% 이상이 자가용을 이용한다는 통계도 있다. 승용차 중 상당수가 일본제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인데 아마도 두서너 대에 한 대꼴 이상은 되는 듯하다. 몽골 기후와 도로 사정에 적합한 차종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중고차를 수입하는 까닭에 일본에서 운행되는 오른쪽 핸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다른 차량에는 핸들이 왼쪽에 있으니 좌, 우 양방향에 핸들이 부착된 자동차들이 교통체증으로 도심지에서는 그런대로 거북이 걸음으로 달리지만 외곽지역에서는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산유국이라지만 인구에 비해 차량이 많은 까닭은 대중교통이 미흡하고 특히 혹한기, 혹서기 이동수단으로 저마다 승용차를 보유하는 까닭이 크다고 한다. 전체인구 중 울란바토르 주민이 거의 절반에 이르니 우리나라 인구의 1/5이 모인 서울의 경우가 오히려 느슨해 보인다.
한반도 면적의 7배 정도에 인구 350만 남짓이면 쾌적하고 여유로운 일상을 상상하기 쉬우나 국토 대부분이 고지대 초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져 정작 활용도가 낮고 10월부터 3월까지 기나긴 겨울, 극심한 추위로 활동에 제약이 상당하다.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바다가 없는 내륙국이라 특히 이동과 물류 운송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럼에도 뛰어난 기동력과 정보전으로 13세기 아시아 대륙을 제패하고, 유럽까지 진출했던 칭기스칸의 후예라는 자부심과 땅속에 묻힌 막대한 자원의 힘으로 열악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듯하였다. 소련 위성국 시절 칭기스칸이라는 이름은 금기어였다.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칭기스칸 무용담을 소리 낮추어 들어야 했고 문자는 러시아어를 표기하는 키릴문자를 쓰고 있지만 몽골 고유문자 확산, 보급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몽골이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력으로 보다 적극적인 자원 공동 개발, 교류 확대로 윈윈하는 가까운 파트너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릴없이 방치된 끝없는 몽골 초원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로벌 지구촌 개념이 확산되는 이즈음 법적, 물리적 영토는 각기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척박한 환경을 유용한 공간으로 바꾸는 우리의 개발역량, 인적자원과 기술, 자본이 세계 곳곳에 진출하여 공동번영을 도모하는 가깝고도 실용적인 협력 파트너의 하나로 몽골을 꼽을 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