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한성항공’의 추억
휴대전화에 입력된 전화번호를 오랜만에 정리하는 중 얼핏 생소한 이름의 번호가 하나 나왔다. ‘한성항공’, 생각해보니 운항 당시 예약문의 후 더 이상 이용하지 않은 채 세월이 지난 듯하다.

한성항공, 2004년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운항하다가 경영난으로 재기하지 못하고 결국 사라진 브랜드, 우리나라 최초의 저비용 항공사로 이제는 사람들 기억에서 희미해졌다. 회사설립 후 우여곡절 끝에 프로펠러 항공기 ATR기종을 도입하여 의욕적으로 하늘을 날았으나 자본부족, 잦은 사고와 고장, 정비 불량, 제트기에 익숙한 고객들의 불안감이 악재로 작용했다. 거기에 그즈음 각기 모기업의 지원으로 확장세를 이어가는 다른 저비용항공사 출현으로 날개가 꺾였다. 두 대형 국적항공사가 독식하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한성항공은 얼마 되지 않아 항공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후 몇 차례 소유주가 바뀌면서 오늘의 티웨이 항공으로 변신, 지금 항공기 42대로 55개 노선에 취항하는 상위권 저비용항공사로 성장했다.

한성항공의 운항 전면 중단 한 달 뒤인 2008년 11월 필자는 ‘힘내라 한성항공’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칼럼을 쓴 적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지역기반 저비용항공사가 탈진하여 멈추어 선 현실을 아쉬워하며 자본을 유치하여 심기일전 운항을 재개하기를 바라며 아울러 확인할 몇 가지 과제를 함께 생각해 보았다.

◆세계 1위 저비용항공사 숫자
압축성장, 급속발전이라는 화두로 집약되는 우리 사회의 추진 동력에 힘입어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는 사이 우리나라 저비용항공사 숫자가 세계1위를 기록한 지금에 와서도 여전히 중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자본금 확보와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우선인데 한성항공 설립 당시에는 자금 부족으로 터보프롭 기종을 도입했지만 이제는 모두 보잉, 에어버스 등 제트기종으로 바뀐 현실에서도 동일하다. 기종선택, 정비, 운항 스케줄 합리화가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서비스가 영세한 저비용항공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다소 저렴한 요금이라지만 그간 크고 작은 항공사고를 경험한 우리 사회는 이제 약간의 요금 차이로 심리적, 신체적 안전을 담보하지는 않으려 한다. 부족한 항공기를 이리저리 돌려막다 보니 무리한 항공기 스케줄에 정비 인력과 부품 확보 미흡, 조종사들의 누적된 피로 그리고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 같은 요인들이 특히 신생 저비용항공사들의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연대, 상생을
저비용항공사는 대부분 연고를 둔 공항을 허브로 삼고 있어 해당 지자체와 주민들의 관심과 지원, 성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항공노선이 들어선 지역 중소도시들이 활기를 되찾고 도시 경제가 소생한 사례가 많은 만큼 특히 인구감소, 지역경제 침체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 거점도시들은 연고가 있는 항공사와 상생의 지혜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국제공항이 아니라도 국제선 항공기 착발이 가능한 규정이 있어서 소규모 지역공항에 뜨고 내리는 항공편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 지역 활성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는데 우리도 이제 전향적으로 고려해볼 만하다. 활주로 규모에 맞는 항공기를 이, 착륙시키고 세관, 출입국 그리고 검역 시스템을 구비하면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저비용항공사를 내국인 관광객 해외유출과 외화소비라는 부정적 인식으로만 연결 짓기에 앞서 지역 활성화, 외국관광객 유치, 물류촉진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효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가 필요한 이즈음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 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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