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대전·세종·충남 주담대 38조 1607억원
인플레 방어차 금리 인상 시 집값 폭락 불가피

일본 도쿄 일본은행 / 연합
일본 도쿄 일본은행 / 연합

[금강일보 정은한 기자] 일본은 1985년부터 1990년까지 극심한 부동산 버블을 겪었다. 이른바 ‘공짜 점심은 없다’는 일침을 준 대사건이다. 당시 일본은 부동산 버블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당시 세계 50위 기업 중 33개가 일본기업인 데다 아시아 GDP를 합쳐도 일본을 넘지 못할 정도라서다.

1980년 오일쇼크도 뒤흔들지 못한 일본은 1985년 9월 G5(프랑스·독일·영국·미국·일본) 간 ‘플라자 합의’를 맞이했다.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제품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을 선점하는 등 미국의 무역수지가 악화되자 달러 강세화를 막기 위한 조치가 단행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무역 타격에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를 펼쳤다. 그러자 일본 자금은 풍부해진 유동성(사실은 악화 중)을 바탕으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다. 일본기업은 건재하다는 무지 속에 부동산 투자는 버블이 아닌 호황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착각했다. 결국 일본은 1500조 엔의 자산(한화 약 1경 6500조 원)이 붕괴되며 잃어버린 20년에 들어섰다. 2456조 엔이었던 1990년 토지자산은 2019년 50%가량 하락한 1250조 엔이 됐다.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비슷하다.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정책과 각종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추진하자 투자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돼왔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플라자 합의’로 일본기업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수익을 노렸다면 한국은 코로나19 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과열 양상이라는 점도 흐름이 흡사하다. 다만 일본은 공급이 유한한 토지에 집중된 반면 한국은 청약 후 2~3년이면 공급 가능한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져 거품이 꺼져도 낙폭이 크지 않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경제학계에서 부동산 버블을 경고하는 건 가계·기업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와중에 부동산 의존도가 과열돼서다. 지난 8월 기준 대전·세종·충남 여신 총액은 152조 3423억 원에 달했다. 가계대출(71조 298억 원), 기업대출(75조 6602억 원) 상승세 속에 주택담보대출은 38조 1607억 원까지 치솟았다. 쉽게 말해 기업의 노동생산성을 중심으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부동산 차익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됐는데도 말이다.

만약 국내기업의 수출이 흔들리면 어찌 될까. 수출 달러가 감소해 내수가 침체되면 서비스업을 통한 ‘부의 분배’ 기능이 비정상 작동될 것이고, 곧 대출 미회수로 연결돼 부동산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더불어 코로나19 종식 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금리 인상이 요구됨에 따라 부동산 투자 회수로 인한 가치 하락도 펼쳐질 수 있다. 물론 일각에선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펼친다면 부동산 도산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환율전쟁, 각 나라의 금리 인상 흐름이 복잡하게 얽힌다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계에선 과거 일본의 부동산 거품은 금리 인상과 부동산 규제가 어쩌면 늦었고 어쩌면 조급했던 결과라고 말한다. 바꿔말하면 부동산 거품을 예상했음에도 경기 침체를 감안해 개입을 늦췄고 이젠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과도하게 개입한 탓이라는 거다. 한국 역시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