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 충청 지명에 스민 소의 흔적 찾기

전국적으로 소와 관련된 지명은 731곳에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전국적으로 소와 관련된 지명은 731곳에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금강일보 최일 기자] 코로나19라는 신종 전염병으로 얼룩진 2020년을 역사의 한 페이지 속으로 떠나보내고 우리는 2021년을 맞았다. 묵은해와 함께 역병의 어두운 그림자도 사그라졌다면 참 좋았으련만, 그렇지 못한 채 어느덧 1월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음력으론 아직 2020 경자년(庚子年)이다. 정월 초하루(음력 1월 1일)인 설날, 올해의 경우 양력으로 2월 12일이 돼야 2021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의 문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십이지(十二支) 동물별 전국 지명 개수.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십이지(十二支) 동물별 전국 지명 개수.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육십간지(六十干支) 중 신축년의 신(辛)은 오행상 백색, 축(丑)은 소를 지칭해 올해는 흰 소의 해다. 근면하고 순박하고 우직한 소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가축이자 농경사회의 동반자·조력자로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그만큼 소에서 유래된 땅 이름도 많다. 충청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한민족과 함께 호흡해 온 소와 관련된 지명이 산재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독자 제위께 던지는 한 가지 질문, 동학농민운동의 역사적 장소로 널리 알려진 ‘우금치’의 유래에 대해 아는가?

충남 공주 우금치 전적지(사적 387호).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충남 공주 우금치 전적지(사적 387호).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국토지리정보원이 전국의 고시지명(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결정한 지명)을 분석한 결과, 소[牛]와 연관된 지명은 전국적으로 731개로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용(1261개)과 말(744개) 다음으로 많다. 충청권에는 충남 85개, 충북 40개, 대전 12개, 세종 1개 등 138개(전국 대비 18.9%)의 지명이 소에 뿌리를 둔 것으로 조사됐는데, 대표적인 곳이 충남 공주시 금학동과 주미동의 ‘우금(牛禁)고개’다. 옛날 이 고개에서 소도둑이 많이 나타나 해가 저물었을 때 소를 끌고 고개를 넘어가면 도둑들에게 소를 빼앗긴다고 해서,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피해야 한다는 의미로 우금고개란 지명이 붙여진 것으로 전해진다.

대전지역 마당극패인 ‘우금치’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한 사진. 최 일 기자
대전지역 마당극패인 ‘우금치’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한 사진. 최 일 기자

이곳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 당시 동학군이 관군과 맞서 싸우다 크게 패한 곳으로 ‘우금치(牛禁峙)’, ‘우금티’라고도 알려져 있다. 대전 원도심에 자리한 마당극패 이름으로도 익숙한 우금치의 유래가 바로 이것이다. 우금치 초대 대표를 지낸 조성칠 대전시의회 부의장은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되살려 사회변혁운동을 하지는 뜻을 모아 마당극패를 만들었고, 우리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이름을 고민하다가 동학농민운동의 저항정신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우금치로 명명하게 됐다”고 1990년 창단 당시를 회고했다.

소가 농가에서 중요한 생산수단이자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기 때문에 소도둑이 경계 대상 1호였음을 엿보게 하는 지명이 ‘牛禁’인데, 이 고개에서 금송아지가 나왔다는 설에 기인해 ‘牛金’으로 해석하는 소수 의견도 있다.

충북 청주 우암산 정상 표지석과 등산 안내 표지판.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충북 청주 우암산 정상 표지석과 등산 안내 표지판. 국토지리정보원 제공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은 “역사적·문화적으로 소는 한민족과 연관이 깊다. 그것이 우리의 지명에서도 나타난다”며 “공주 우금치뿐 아니라 대전 유성구의 우마장(牛馬場)과 서구의 소태봉(牛胎峯), 중구의 소라치, 세종시 연동면 명학리의 황우산(黃牛山), 충북 청주의 우암산(牛岩山)과 영동군 상촌면 흥덕리의 우두령(牛頭嶺) 등도 소와 관련된 지명들”이라고 설명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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