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손실 보전 등 공동비용 부과 / 세대 난방 안 해도 기본료 내야

[금강일보 이기준 기자] #. 대전 서구에 사는 이 모 씨는 지난 겨울 아파트관리비고지서를 보고 뭔가 잘 못 됐음을 직감했다. 난방 밸브를 잠가 세대 내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열에너지요금 역시 0원을 기대했지만 약 5000원이 부과된 거다. 난방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난방요금이 부과된 데 대해 이 씨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아파트 세대주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있다. 바로 관리비고지서다. 오래 살다 보면 관리비에 대한 일종의 기준점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기준점 아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기준점을 넘어서면 두 눈을 의심하면서 곧장 ‘열공’ 모드로 돌입한다. 특히 겨울이면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되는 게 열(난방) 요금이다. 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계절에 따라 변동성도 크기 때문이다.
아파트 난방 방식은 크게 아파트 단지에서 자체적으로 열을 생산해 세대에 공급하는 중앙난방과 각 세대에 설치된 보일러로 난방으로 하는 개별난방, 지역발전소에서 중온수를 아파트단지로 공급하는 지역난방으로 나뉜다. 각 방식별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선택은 소비자의 몫인데 각 장단점이 가장 적절하게 배분된 지역난방 방식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난방 아파트의 경우 관리비고지서상 열에너지 사용 항목은 지역난방기본료, 공동난방비, 세대별 난방비, 급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씨의 경우 세대 내 난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대난방비는 부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난방기본료와 공동난방비는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답은 지역난방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지역난방은 지역 내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생산된 중온수를 공급 받아 난방을 하는 시스템이다. 이 뜨거운 중온수는 아파트 기계실로 모였다가 다시 각 세대로 분배된다. 개별 세대는 온도조절장치를 통해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아예 난방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세대난방비가 0원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한 달 내내 세대 내 난방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역난방기본료는 내야 한다. 이 기본요금은 지역난방 시스템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을 세대 면적을 기준으로 나눠 충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난방 시설물 초기 투자비용 회수와 시설물에 대한 감가상각비 등을 사용자가 나눠 내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또 중온수가 발전소에서 아파트단지까지 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 손실 비용도 여기에 포함된다. 더 쉽게 말해 개별난방 세대주가 자신의 보일러 유지·관리 비용을 스스로 충당하듯 지역난방 세대주는 열 공급 발전소를 공동 운영하면서 관리비용을 n분의 1로 나눠 충당하게 된다는 얘기다. 전기요금이든 통신요금이든 모든 서비스엔 이런 의미에서 기본료라는 게 존재한다.
대전의 한 아파트관리소 관계자는 “2019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전체 2200여 가구 중 900여 가구의 난방비가 ‘0원’이 나온 사례가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나머지 세대로 그 비용이 전가돼 난방비 폭탄을 맞게 된다. 그 이유가 바로 지역난방엔 공동 부담해야 할 비용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