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덕 대전시 교통국장

대전시가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지난 2005년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시행된 준공영제는 당시 버스노조의 파업 갈등을 계기로 민영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시와 운수업계, 대전시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 탄생시킨 교통복지의 모델이었다.
도입 이전의 민영제는 자가용 이용 증가와 도시철도 도입 등 교통수단의 다변화 속에서 수익 중심의 노선 운영, 운수업체의 경영난, 운수종사자 처우 악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지역의 노선 축소는 교통 불균형을 심화시켜 시민의 이동권을 위협했고, 반복되는 파업은 시민 불편을 가중시켰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시는 안정적인 대중교통 서비스 제공, 운수업체의 경영 안정화,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민간과의 협력을 이어왔다. 시민 만족도를 높이며 교통복지의 기반을 다졌지만 20년이 지난 지금은 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의 준공영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과제는 재정 부담의 지속적 증가다. 시는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지난해 기준 재정지원금 946억 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광역시 중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교통복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전략적 재정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시는 표준연비 재산정 검토 용역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타 시·도와의 교류·협력을 통해 개선 전략을 공유하고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개통과 연계한 노선 효율화 등으로 구조적 재정 절감 방안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운수업체의 책임성 약화와 운영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수익금 누락, 허위 운영 보고 등 부정행위가 적발되며 제도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이는 준공영제의 핵심인 공공성과 투명성이 훼손되는 문제로 보다 정교한 관리·감독 체계가 요구된다. 시는 조례 및 지침의 정비, 실행 단계에서의 세부 지표 개선, 운수업체와의 협력적 합의 구조 마련 등을 통해 공정한 평가와 정당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총체적인 관리 역량을 강화할 것이다.
운수종사자 인력 부족과 고령화는 서비스 품질 저하도 문제다. 청년층의 직업 기피, 지역 간 임금 격차, 열악한 근무환경 등은 신규 인력 유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는 심야버스 도입 등 서비스 확대에도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운수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다각적인 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운수종사자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건강한 협의 구조를 통해 만족도 높은 처우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신규 인력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장기적인 인력 육성 전략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서비스 품질과 시민 만족도 저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운행은 확보됐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수준이다. 배차 간격의 불균형, 노선의 비효율성, 차량 노후화, 교통약자 편의시설 부족 등은 시민 불만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시민 체감형 서비스 지표 개발, 정기적인 만족도 조사, 노선 재설계 시 시민 의견 반영, 친환경 차량 도입 및 교통약자 배려 확대 등 다각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단순한 운행 실적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시민 중심의 서비스 품질 평가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제도의 공공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높여야 할 시점이다.
이처럼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단순한 운영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시민의 교통권과 세금의 효율적 사용, 공공서비스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제도다. 시를 포함한 각 지자체는 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되새기며 시민과 함께 더 나은 교통복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난 20년간 시민의 애정과 격려 속에 성장한 준공영제가 이제 성년이 되어 새로운 2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더 성숙하고 신뢰받는 시민의 발로 거듭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지혜와 협력이 다시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