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준 대전문화재단 미래전략팀장

지난 8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발간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5극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별 특별지자체를 설치·운영하고 3특(제주·전북·강원) 육성을 위해 특별법 개정과 각 지역 특화 전략 산업도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1월에는 행정안전부 소속 민간 자문위원회인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는 ‘지방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에서 권역별 성장거점 육성 및 강화를 통한 다극체계 형성을 위해 광역시·도간 통합과 대도시 거점기능 강화를 제안한 바 있다.
또한, 대전·세종·충남·충북이 작년 말 전국 최초로 초광역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을 출범시켜 지방분권 실현과 지역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다양한 협력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광역급행철도(CTX)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 발족과 충청권 내 28종의 지역화폐를 하나로 묶는 작업에도 착수하여 교통 접근성 강화와 경제 통합으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광역 생활 경제권 구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정책 배경에는 주택·일자리 불균형 등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5극 3특의 각 권역별 자치 권한 및 재정 지원 강화를 통해 지역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일자리 부족에 의한 청년 유출 심화 등 인구감소에 의한 지방소멸 방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202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시도편): 2022~2052년’에서 인구 성장률을 장기적(2022년 대비 2052년)으로 봤을 때 세종과 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15개 시도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책과 일자리 창출 전략 등 여러 가지 방지 대책에도 불구하고 인구감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과 다양한 정책 실험을 시도해왔다. 고령화와 청년 유출로 인해 20년 이상 지방 도시 소멸의 위기를 겪은 일본은 민간 주도의 관광 콘텐츠 기획과 소규모 예술축제와 연계한 체류형 여행 문화를 만들어 지역 경제를 자립시켰고,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중소도시의 경제 기반이 붕괴 직전에 놓였던 프랑스는 문화예술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문화적 자산을 경제 자원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통해 인구 유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 두 나라의 지방소멸 대책 방안의 공통점은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이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지역의 고유 가치를 브랜드화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화예술은 지역의 정체성과 매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이 삶의 질을 높이며 외부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 활성화의 강력한 힘이 된다.
올해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충청권 광역문화관광재단은 지역 인구감소 위기와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해 구축되고 있는 초광역권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해 실무진들이 주축이 되어 지난 4월 사전 간담회를 거쳐 5월과 6월 관계자 포럼을 개최했다. 두 번의 포럼으로 초광역권 정책의 필요성 인식과 타지역 문화예술 분야 정책연구 공동 추진 사례를 공유하고 지방분권 시대의 문화예술정책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10월에는 충청권 광역문화관광재단 공동주최로 세미나를 개최해 수준 높은 초광역 문화예술 생활권 구축을 위한 문화관광재단의 역할과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상호협력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번을 계기로 공동 예술지원사업, 축제 연계, 문화관광 브랜드 개발, 문화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 지역별 특장점을 활용한 다양한 초광역 협력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정책적 협력 토대를 마련했다.
문화예술은 지역사회를 지탱하고 활성화하는 핵심 동력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관광재단은 충청권의 경제·생활권 통합에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일본이나 프랑스 일부 지역의 위기 극복의 사례처럼 민간 주도로 자율성에 기반한 기획과 지역 브랜딩을 통해 인구감소에 의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