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내몰린 간호사, 태움문화 때문?
2018-02-19 강선영 기자
<속보>=설을 하루 앞두고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사인이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일각에서 선배가 후배를 괴롭히다 못해 영혼까지 태운다는 속칭 간호사의 ‘태움 문화’를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섣부른 시선이지만 간호사들의 근무환경 등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본보 19일자 3면 보도 - 엄마 되기 힘든 간호사, 인력부족 심각>
국민청원 글에 따르면 “고인은 B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간호사로 죽기 전까지 격무에 시달리며 병원 일에 대한 중압감으로 매우 괴로웠다고 한다”며 “중환자실은 늘 인력이 부족하다. 간호사들은 바쁘게 뛰어다니며 혹여나 실수할까 노심초사하고, 내 실수로 환자가 잘못될까봐 두려움과 압박 속에서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청원은 이어 “현재 한국의 중환자실은, 소위 국내 최고의 병원이라는 곳에서조차 충분한 간호사 인력이 확보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선진국은 간호사 1인당 중환자 1명을 담당하게 한다. 밀양세종병원 화재에서도 선진국 수준의 간호사 인력이 확보돼 있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허망하게 죽진 않았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제발 간호사들을 더 이상 벼랑 끝으로 밀어내지 말고, 중환자실에서는 간호사 1명당 1명의 환자만 담당하게 해달라”며 “고통스러워하며 나를 부르는 환자에게 ‘잠시만요, 죄송해요. 당신도 위중하지만 저쪽 환자가 더 심각하거든요’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 않다”고 근무 환경 개선을 거듭 촉구했다.
지역 의료현장에서도 이번 사건의 경우, 궁극적으로 보건의료 인력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근무환경 개선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실제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 ‘태움’ 문화를 견디다 못해 국립대학병원으로 이직했다고 증언한 8년차 간호사 C 씨는 “간호 인력부족의 문제는 하루 이틀 제기된 것이 아니지만 실제 사립병원이다 보니 간호사 1인당 23명 이상씩 환자를 보기도 했었다”며 “간호사들은 쉽게 쉴 수도, 아플 수도 없어 이런 일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1인당 환자 10명 정도로 인력이 확충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