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역의 한 병원 간호사 백 모(35) 씨는 내달까지 근무하고, 5년을 일한 병원을 그만두기로 했다. 대학 졸업 후, 쉬지 않고 8년 간 두 곳의 병원에서 일했지만 결혼 후 바로 임신을 했기 때문이다.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는 그에게 병원에서 주는 출산육아휴직 3개월은 너무 짧았다. 결국 그는 경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 결혼을 하면서 남편을 따라 대전으로 이주하면서 일을 그만뒀던 간호사 김 모 씨는 요즘 다시 병원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러나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것이 녹록찮다. 지역의 육아카페를 통해 조언을 구해보니 대부분 계약직이나 요양병원시설 등 급여가 낮은 대신 근무시간이 비교적 적은 곳을 알아보라는 조언뿐이었다.

올해도 간호사 인력은 여전히 부족할 전망이다. 대부분 여성 근로자인 간호사들은 일과 가정 양립이 어려운 근무환경으로 인해 장기근속은 꿈도 못 꾸는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보건의료인력 수급체계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 보건복지인력 중 간호사 12만 2164명, 약사 1613명, 의사 785명이 각각 부족할 것으로 추산됐다.

양 위원장은 “병원에서는 간호사 인력이 부족해서 임신순번제 같은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시급하게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빠른 대책 마련을 통해 국민들이 의료인력이 부족해 고통과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고, 더욱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복지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어려움은 이직률로도 나타난다. 대한간호협회 등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이직률은 상급종합병원이 8.4%로 가장 낮았지만 종합병원, 병원 등으로 갈수록 17.2%, 21.4%로 증가한다. 이직의 이유로는 ‘타 병원 이직’과 ‘출산과 육아문제’가 1순위로 꼽혔다. 과다한 업무에다 3교대 근무, 장시간의 노동으로 많은 간호사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중소병원의 경우 대형병원과 달리 간호사 부족 현상을 겪는 것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간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호대 입학정원이나 간호보조인력 활용이 아닌 선진국처럼 간호사 인력 확보에 필요한 정책들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인력 부족은 국민건강과 연결되는 만큼 하루빨리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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