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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민주화 열망, 대구·대전·마산으로 퍼져갔다

[3·8민주의거 64주년]

2024. 03. 07 by 이준섭 기자

두려움의 반대편엔 분노가 도사리고 있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 한쪽에는 싸워서 물리치고 싶어하는 기백이 있다. 분노와 기백으로 뭉친 대전 학생들이 1960년 3월 8일 거리로 나서 독재의 그늘에서 벗어나 민주의 광명 속에서 살고 싶은 뜨거운 열망을 표출했다. 그해 2월 대구에서 시작된 민주의 바람은 3월 대전을 거쳐 마산으로, 4월 19일 전국적인 민주화의 태풍으로 번졌다.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대구 2·28민주운동, 마산 3·15의거 한 가운데엔 대전 3·8민주의거가 있었다.

 

대구 2·28 민주운동 시작으로
대전 3·8, 마산 3·15 의거로 확산
오늘날 민주주의 발전 이끈 유산

“청년들이 보여줬던 투쟁·희생
기성세대 반성할 계기 만들어
앞으로 미래 바꿀 소중한 자산”

◆ 대구 2·28 정신, 대전으로 …
- 박영석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정권의 부정과 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구지역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순간이다.

“대구 2·28민주운동을 시작으로 대전 3·8민주의거, 마산 3·15의거가 발생했고 마침내 4·19혁명이 전개됩니다. 이승만 정권에 대한 학생들의 시위는 부정과 불의에 대한 저항이었어요. 이 정신들이 민주화운동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줄기가 됐고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죠.”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민주주의가 직선적으로 발전한 적은 없다. 때론 후퇴하기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성찰과 반성을 통해 이를 잡으며 민주주의의 성숙을 추구해왔다. 64년 전 민주화의 함성은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위한 투쟁사를 현 세대가 올바로 알아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그것을 위해 민주화운동 단체들의 노력과 연대는 굳건해야만 한다.

“민주주의는 평소에 중요성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민주주의가 사라지거나 위기에 빠져야 알게 되죠.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국민들이 고통과 혼란을 경험하게 돼요. 민주화운동 역사를 제대로 아는 건 투쟁과 희생으로 쌓아 올린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죠.”

하나로 규정되는 민주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반대말로 독재(獨裁)를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사회적 다원성 붕괴를 막기 위해 학생들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일어선 4·19혁명의 의미는 그래서 중요하다.

“4·19혁명은 피지배 계급이 지배권력을 힘으로 교체한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지배계급 내 권력 이동은 있었지만 피지배계급이 지배 권력을 전복한 사건은 4·19혁명이 처음이죠. 대구와 대전, 마산의 의거는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보여준 역사적 쾌거입니다.”

◆ 대전 3·8 정신, 마산으로 … 
-주임환 3·15의거기념사업회장


민주화의 외침은 마산에서도 있었다. 경찰이 쏜 최루탄을 얼굴에 맞아 쓰러진 김주열의 시신이 발견되자 학생과 시민들은 궐기했다.

“마산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는 대구 2·28민주운동, 대전 3·8민주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시발점이 됐죠. 마산 3·15의거는 우리나라 첫 유혈 민주화 운동입니다. 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 음모와 실행을 학생들이 방관하지 않은 덕에 민주화 시위는 가능했어요.”

이후 64년, 우리는 또 하나의 숙제를 안고 있다. 정치에 민의가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구와 대전, 마산의 민주화 외침을 온전히 전하고 이를 사회에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한 이유다.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지금도 정쟁을 보고 있지 않습니까? 곧 총선이 다가오는데 국민들이 희망을 찾긴 어려울 듯합니다. 1960년 대구, 대전, 마산 젊은이들의 약동하는 에너지는 때 묻은 정치와 사회를 각성시키고 기성세대들의 반성할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앞서 역사를 바꾸는 것은 앞으로도, 미래에도 유효하리라 봅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이 상공장려관(대전 중앙네거리) 앞길에서 경찰에 의해 집단 연행돼가면서 "학원에 자유를 달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 제공
▲ 1960년 3월 8일 대전고 학생들이 상공장려관(대전 중앙네거리) 앞길에서 경찰에 의해 집단 연행돼가면서 "학원에 자유를 달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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