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우리의 생활 전반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시켰다. 작은 기계 하나만 있으면 세계 누구와도 쉽게 연락할 수 있고 작은 케이블을 통해 몇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자료를 전송할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된 건 모두 과학 덕분이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건 설, 즉 이론에 불과하다고 하고 실체하지 않는 신을 믿는 종교는 비과학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의외로 반대의 사례는 충분하다. 과학이 증명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고 반대로 종교가 의외로 과학적인 예도 분명 존재한다.
과학이 입증하지 못한 사례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여름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얼음만 봐도 그렇다. 과거 얼음은 귀하디 귀한 것이었고 조선시대에도 이름 좀 날리는 양반가 아니면 구경도 못하는 상품이었다. 꽤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지만 여전히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과학적으로 완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얼음이 살짝 녹으면 물이 되는데 물 자체는 미끄러운 성질은 아니다. 과거엔 단순한 압력이나 마찰력의 원리에서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여러 반박이 제기된 상태다. 이제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복잡한 원리가 있을 것이란 의문에 도달했고 접근 자체를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즉 물의 성질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다양한 생물이 지구에서 발생하고 서식할 수 있게 해준 일등 공신인 물이 대체 어떻게 지구에서 생겨났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신이 있다면 신밖에 모르는 사실이다.
시선을 하늘로 돌려도 인간의 무지함이 드러난다. 먹구름에 휩싸여 비가 내릴 때면 접할 수 있는 번개가 그렇다. 번개는 번쩍하고 생기는 큰 빛을 얘기하는데 여기서 전기가 발생한다. 이론은 간단하다. 양전자와 음전자가 작용해 생기는 건데 전기의 큰 양을 쏟아낼 수 있는, 즉 발생 장치가 될 만한 원소가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수증기와 대기의 입자로 구성된 뇌운이 막대한 전기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하고 쏟아내는가. 그리고 번개는 구름에 스파크가 튀며 일어나는데 자연에서는 어떤 물질이 촉매가 되는지를 모른다.
반대로 종교에서 과학적이라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게 하느님의 말씀을 인간이 받아적었다는 성경이다. 성경의 욥기 36장엔 ‘그분이 물방울들을 끌어 올리시니 그것들이 모여 안개에서 비가 만들어지고, 구름이 그것을 떨어뜨리니 사람들 위에 쏟아진다’라는 구절이 있다. 강과 샘에서 흐르는 물은 원래 바다나 다른 곳에서 증발한 물이 비나 눈 또는 우박이 돼 땅으로 다시 떨어진다는 표현이다. 그러나 당시 그리스인은 지하의 바다에서 물이 흘러 강이 된다고 믿었고 이러한 견해는 18세기까지 이어졌다.
위생 방법에 대해서도 성경은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레위기 11장을 보면 ‘사체를 옮기는 이는 자기 옷을 빨아야 한다. 그는 저녁까지 부정하다. 그런 것들은 너희에게 부정하다’라고 했고 신명기 23장엔 ‘연장과 함께 꼬챙이를 가지고 가서, 밖에서 쪼그려 앉을 때 그것으로 구덩이를 파고 배설물을 덮어야 한다’라고 했다. 시체를 만진 뒤에 몸을 씻거나 옷을 빨아야 하고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격리한다든가, 사람의 배설물을 위생적으로 처리하라는 것이라는데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몇 안 되는 구절 중 하나다.
이처럼 과학만능주의에 사는 우리는 생활의 작은 일부조차도 제대로 증명하지 못한다. 반대로 종교는 의외로 과학적이다. 귀신이란 존재 역시 과거부터 꾸준히 등장했고 기록에도 남았지만 지금의 과학은 이들을 정확하게 입증하지 못하는 반면 종교적인 측면에선 이들의 존재를 인정한다. 간혹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으스스한 기분이 들 때 등골이 오싹했던 경험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다. 귀신이 지나갔다고 하는데 우리는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할 뿐이지만 종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혼, 혹은 영이라 불리는 귀신의 왔다 갔다고 표현한다. 과거 뉴턴이 중력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할 때 당시의 과학은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중력, 지동설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치부했다. 귀신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입증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입증될지 모른다.
경험을 되짚어보자. 당신은 한밤중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을 겪어본 적 없을까. 뭔가 싸한 기분을 느껴본 적 없을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종교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분명 그 당시 무언가 있었다. 무언가….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