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팔아보자고 처음 의견이 나왔을 때만 해도 나름대로 계산이 섰다.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시는 덕분에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게 있지 않겠냐고 스스로 생각했다. 손님 응대도 여러 번 해봤으니 어려울 게 없으리란 막연한 낙관만 가득했다. 그러나 이 생각이 후회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로 축소해본 자영업자의 삶
“빵 사세요” 하염없는 외침에도
시민 대다수 눈길조차 주지 않아
당장 세부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무슨 종류를, 얼마에, 얼마나 팔아야 할지, ‘빵을 판다’는 것 외에 모든 게 고민거리다. 최대한 싸게 팔아야 승산이 있을 게 뻔하니 저가 전략을 내세우기로 했지만 목표 판매량, 납품업체 선정 등 고민이 꼬리를 물었다. 너무 적게 팔면 수익이 안 나고, 많이 준비하면 다 팔 자신이 없었다. 고민 끝에 반나절뿐인 판매 시간을 고려해 딱 100개만 준비하기로 했다. 납품업체는 지역 내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정했다. 초기에 설정한 단가 상한선인 1000원보다 저렴한 800원에 구매가 가능하면서 지역 복지에도 공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SG 경영’, ‘사회공헌’ 등이 단순 유행을 넘어 필수로 자리 잡은 최근 마케팅 흐름을 고려해도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했다. 판매가는 당초 1500원을 설정했지만 카드 수수료, 세금 등을 고려해 개당 2000원으로 잡았다.
아직 준비할 게 더 남았다. 판매에 필요한 비품도 준비해야 했다. 다행히 카드 단말기는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었다. 현금 결제 고객을 위해 5000원권 10장, 1000원권 50장 등 판매 목표치의 절반인 10만 원을 잔돈으로 준비했다. 포장을 원하는 고객도 있을 것을 감안해 소형 종이가방도 100장 준비했다. 이만하면 준비는 다 마쳤다. 남은 건 판매뿐이다.
드디어 운명의 날, 사무실에서 모든 준비물을 챙겨 대전 서구 둔산동 시청역으로 이동했다.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역 앞은 퇴근하는 직장인으로 인파를 형성했다. 막상 시민들 앞에 서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용기를 내 외쳤다.
“빵 사세요.”
이 말과 함께 빵 판매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손님이 찾아왔다. 도시철도역을 향하다 멈춰선 시민은 무슨 빵을 파냐고 물었다. 판매 중인 빵 4종을 보여주니 생크림빵 하나를 들었다. 이어 “많이 파세요”라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현금 2000원을 쥐여 준 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첫 판매에 성공한 여운이 채 가시기 전 두 번째 고객도 찾아왔다. 통화하며 길을 지나가던 시민은 이내 다가와 종류별로 골고루 총 10개를 담아달라고 했다. 목표 판매량의 10%를 한 번에 주문한 것이다.
그는 “아마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야간 시간대에 팔면 더 잘 팔리지 않겠나”라는 조언과 함께 “추운데 고생한다”라고 말했다.
단 시간에 많은 양이 팔리니 한껏 분위기가 고조됐다. 남은 양도 금방 다 팔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나 초심자의 행운에 불과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자 유동인구는 급격하게 줄었고 고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잠재 고객이 많은 식당가를 직접 돌며 판촉을 이어갔지만 시민들은 무심하게 지나쳐 갈 뿐이었다. 마음이 조급해지니 “빵 사세요”라고 외치며 돌아다닌다는 민망함보다 다 팔리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더 커졌다.
밤 10시에 다다르자 한 시민이 취기에 빵 3개를 사 간 것을 마지막으로 판매를 마무리했다. 남은 빵은 지인 등이 사준 덕분에 완판에는 성공했다. 정작 일반 고객 대상 판매 실적은 사실상 실패에 가까웠다.
‘소득 0원’을 기록 중인 개인사업장이 100만 곳을 돌파한 현재, 피부로 체감해본 길거리 사정은 한층 더 차가웠다. 준비 비용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익을 보며 아쉬움과 함께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회성 체험일 뿐인 이 하루가 누군가에겐 매일 찾아오는 ‘생존을 위한 전쟁’일 것이다. 세찬 바람이 불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에 유난히 더 시렸던 가을밤이었다.
조현재 기자 chohj0505@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