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에게도 워라밸이 필요하다는 본보의 연속 보도는 진부한 담론이다. 그럼에도 새삼 환기한 건 우리 사회가 익히 알고 있으나 사생활처럼 치부하며 방치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각자도생의 문제가 아닌데도 말이다. 쉬 계제가 마련되진 않겠지만 마냥 덮어둘 수만은 없는 화두를 토렴해 봄으로써 인식을 공유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때임에 강조한다. 가엽다거나 한심하다는 어긋난 감성이 아니라 그것이 초고령 사회를 사는 현명한 대비라고 봐야 지금부터 천릿길이라도 나설 용기가 생긴다.

노인들의 시간이라는 프레임 속 일상엔 무료, 건조, 고독, 경제적 무기력과 같은 무채색이 배어난다. 모든 노인이 그렇지는 않을지언정 보편적으로 허락된 여건이 유채색이라고 우기기엔 염치없다. 서울, 인천, 안산, 천안 등 전국 4곳뿐이라는 실버영화관은 그들의 여가선용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눈높이 시설의 필요성을 대변한다. 대전 중앙로 지하상가 붙박이 노인들의 하루는 하릴없기에 더 따분하고 지루해서 복지를 탓하게 한다.

경로당과 복지회관 등 노인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 없는 건 아니다. 대전만 해도 경로당 779곳, 복지회관 29곳이 있다. 구조적으로, 수적으로 한계가 분명해 수용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는 발생한다. 노인은 모두 똑같은 노인이라고 보는 편협적 시각이 선택지를 좁게 만드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가 노인이라고 부르는 세대는 일생을 부모 봉양하고 자식 건사하느라 노는 법을 미처 배우지 못했다.

느지막한 여가생활이 욕구에 미치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일자리도 협소하다. 비단 빈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구직을 원하는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 일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게 사실이지만 이 또한 선택받은 일부의 얘기다. 이런 가운데 노인을 위한 일과 생활의 양립을 논하는 건 이치에 어긋날지 모른다. 우리가 제안하는 워라밸은 두 가지를 모두 얻는 균형이라기보다는 선택에 가깝다. 여가를 즐기고 싶은 노인에겐 그에 걸맞은 문화를,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에겐 기회를 제공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본다.

노인을 무능한 퇴물로 취급하는 사회 통념은 위험하다. 그러기엔 노인 인구가 너무 많고 앞으로 더 많아진다. 노인들이 건강하게 늙어갈 수 있어야 사회 비용이 절약되고 젊은 세대들은 마뜩잖은 짐을 덜 수 있다. 그런데도 노인 정책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다. 저출산이 국가 부도의 원인이 될 수 있듯이 노인 문제 역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는 화근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의 시간, 그 관찰기는 편린에 불과하다. 그만큼 복잡다단하다. 노인 감수성이 변해야 깊이 들여다보고 답을 구할 수 있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고 우리도 누구나 늙는다는 섭리를 상기하면 좀 더 너그럽게 다가설 수 있다. 대전에 실버영화관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 서울 허리우드 클래식 실버영화관. 금강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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