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반영한 기후재난 대응책 필요
기후변화 따라 재난유형 복잡해져
전국단위 관리체계만으론 역부족
지자체 맞춤 대응시스템 구축해야

기후변화의 양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이에 따라 예측불허의 사회적 재난도 빈번해지면서 재난대응 방식에 대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뭄, 대형산불, 홍수, 산사태, 폭염·한파 등 기후위기가 불러온 사회재난의 피해는 대부분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으로 귀결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가 극에 달했을 때, 집중호우 등으로 도심 곳곳에서 침수사태가 발생했을 때, 여름철 폭염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한파 역시 그 강도가 더욱 강해질 때도 피해는 빈곤층에 집중된다. 안 그래도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져 삶조차 고달픈데 기후까지 빈곤층의 삶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거다. 같은 맥락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와 함께 사회 전반적인 기후위기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진단이 달라진 만큼 처방도 달라져야 한다는 거다.
정부와 지자체는 내달 15일 시작될 자연재해대책기간에 앞서 참사 예방을 위한 사전 대비기간을 갖고 있다. 특히 폭염과 집중호우 등으로 안전사고 문제가 커지면서 살수차 운영, 반지하 주택이나 지하차도 등의 시설 점검에 주력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23일 ‘기후위기 혁신방안 및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지하차도 등 지하공간과 도시침수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국토교통부의 도로 터널 방재·환기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 지난 5일 개정됨에 따라 올해는 하천에 인접하거나 침수 우려가 높은 ‘U자형의 지하차도’는 방재등급과 상관없이 진입차단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빗물받이 청소 주간 운영, 맨홀 내 추락방지 시설도 설치한다. 또 본격적인 우기에 접어드는 7월부터는 도로 침수가 우려되는 경우 홍수경보 발령 지점을 중심으로 약 1.5㎞ 이내 진입 시 내비게이션에서도 안내하도록 했다.
아울러 내달 3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의 여름철 태풍·호우 사전대비 실태 점검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인명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을 확대 발굴했는지도 중점 점검하고, 집중호우 대비 배수펌프장의 시설 정비 상황, 하천 및 우·오수관로 준설 등 정비상태를 확인한다. 특히 시간당 강우량 100㎜ 이상의 강한 호우 발생 상황을 가정한 재난대응훈련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단시간 비를 쏟아내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의 형태로 기후변화가 이뤄지면서 각종 침수사고가 반복되면서다.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침수사고가 발생했고 같은해 서울 신림동서 반지하 주택 침수로 3명이 숨졌다. 참사는 이듬해 되풀이됐다. 지난해 7월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충북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숨졌다. 당시 홍수경보에도 불구하고 도로통제가 이뤄지지 않아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전에서도 자연재해대책기간을 앞두고 관련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해마다 여름철 재해대책기간은 5~10월이며 강우가 늘어나는 7~8월은 여름철 집중대응기간, 이후 9~10월부터는 게릴라성 집중호우·태풍에 대응하는 기간이다. 특히 올해는 대전시에서도 지하층 구조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했던 지하차도의 시설을 강화하고, 반지하 주택과 지하차도에 대한 점검을 통해 시설을 강화할 예정”이라며 “인명피해 우려지역을 발굴하고 담당자를 지정해 지역 자율방재단을 활용, 취약계층이 침수피해를 입지 않도록 연락체계도 갖추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폭염 대응 체계도 마련된다. 시는 내달 20일부터 9월 30일까지 도로 살수차를 투입해 폭염 저감에 나선다. 아울러 특별교부세 교부 이후 폭염저감시설 마련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5월 중 종합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냉방비 지원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안전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또 피해 우려 지역을 파악해 또 다른 사고를 막아야 하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다. 이른 더위와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참사가 반복되자 관련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점검을 비롯한 대응 체계를 이전보다 강화했지만 대부분 이미 피해가 발생했던 곳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는 기후변화에 따라 지역별 특성을 살펴보고, 새로운 대응 방식을 만들어 사고를 예측하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재난관리체계는 대체로 전국 단위로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제는 기후변화가 뚜렷해지는 만큼 지역 특성에 맞춰 재난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대전의 경우 하천이 있고, 배수로가 막혀 도시침수가 발생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발생 시 지자체가 1차 대응 기관이라는 책임 의식을 갖고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행정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지역 주민과 함께 위험지역을 발굴·파악해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