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1.5℃ 상승까지 ‘4년 364일’
폭염 발생률 8.6배, 가뭄은 2.4배 늘어
기후 위기 또 다른 재앙적 위기 낳아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속보>=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기까지 불과 5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전 기후위기시계가 23일 기점으로 ‘4년 364일’을 가리키며 대전시민에게 재앙적 기후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기후위기시계의 카운트 다운이 종료되고 지구 온도가 오르게 되면 폭염을 비롯한 가뭄, 풍수해 등의 발생률은 우리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기후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낳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본보 4월 22일 1면 등 보도>

#1. 남은 시간 5년

지난 14일 여느 주말처럼 많은 이들로 북적이는 대전 서구 대전엑스포시민광장을 산책하던 중 발견한 기후위기시계가 ‘5년 8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1주일 정도만 지나면 시계는 4년대로 접어들게 된다. 4년대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후위기시계를 본 후 인근을 산책할 때마다 한 번씩 고개를 돌려 살펴보게 됐다. 어떤 날에는 5년 5일 5시간(17일 오후 8시)이었다.

7월 17일 20시, 남은 시간 5년 5일 5시간 00분 00초.
7월 17일 20시, 남은 시간 5년 5일 5시간 00분 00초.

‘정말 4년으로 바뀔까?’

거꾸로 줄어드는 시계는 점점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때부터 산책코스에는 기후위기시계를 한 번씩 살펴보는 게 추가됐다. 계산이 맞다면 22일 정도에 방문하면 4년대로 진입할 것 같았다.

22일 밤 11시경. 잰걸음으로 기후위기시계 앞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시간은 ‘5년 2시간’. 일수는 ‘0일’이었고, 오로지 분과 초만 흐르고 있었다. 계속 줄어드는 숫자를 보니 곧 4년 대로 진입한다는 게 실감됐다. 눈으로 보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 하니 4년이 된다고 해도 반가울 것 같지는 않았다. 그리곤 시계는 갑자기 꺼졌고, 어두컴컴한 시계만이 보였다. 기후위기시계는 한참 동안 암전됐다. 고요했다.

7월 22일 23시 3분, 남은 시간 5년 1시간 56분 35초. 
7월 22일 23시 3분, 남은 시간 5년 1시간 56분 35초. 

#2. 4년 364일 16시간

23일 오전 9시. 다시 찾은 기후위기시계는 ‘4년 364일 16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로 옆 엑스포시민광장에 마련된 어린이물놀이장은 개장 준비가 한창이었고, 들뜬 아이들은 신이 난 표정으로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흐린 하늘 아래로 보이는 물놀이장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카운트다운이 종료되면 아이들이 뛰놀고 있는 이곳 물놀이장도 그대로일까. 아이들은 어떤 환경에서 뛰놀게 될까.’ 약 5년 후의 환경은 분명 다를 것이다. 4년 364일 16시간이 모두 지나면 지구 온도는 1.5도 상승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 뒤로 시간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었다.

7월 23일 09시, 남은 시간 4년 364일 16시간 00분 00초.
7월 23일 09시, 남은 시간 4년 364일 16시간 00분 00초.

#3. 7월 22일 ‘기후비상의 날’

기후위기시계를 만든 국제 기후행동단체 더클라이밋클락(The Climate Clock)은 올해 기후 비상의 날을 22일로 선정했다. 기후비상의 날은 기후위기시계의 해가 바뀌는 날을 기준으로 바뀐다. 단순히 기후위기시계의 숫자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재앙적 기후 위기가 그만큼 도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제6차 평가 종합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가 1.5도 올라갈 경우 폭염 발생 빈도는 8.6배, 가뭄 발생 빈도는 2.4일, 강수량은 1.5배, 태풍은 10%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글=김지현 기자, 사진=김동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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