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평균기온 1.5도 높아지면 기후재앙
기후위기시계 남은 시간은 6년도 안돼
기후변화 넘어 지금은 기후위기의 시대
다음 세대는 삶 아닌 생존 걱정할 처지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실천과제들을 담고 있다. 협약 당시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전 세계가 기후에서 비롯되는 재앙을 맞게 될 것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협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협약 이후로도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돼 벌써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5년 93일 12시간 30분’. 기후재앙에 직면하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상 기상현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고 반복 주기도 빨라지고 있다. 제54회 지구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문제를 짚어본다.
올해 기후변화주간은 28일까지 ‘우리의 탄소중립 생활실천, 오히려 좋아’를 슬로건으로 운영된다. 해마다 지구의 날을 전후로 실시되는 기후변화주간은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공유하고 일상 속 탄소중립 실천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전에서도 이와 맞물린 지구의 날 행사가 지난 20일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소개된 탄소 중립 방안을 살펴보면 우리가 날마다 얼마나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실감케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는 물론 커피와 물 한 잔을 마실 때도 매순간 탄소가 발생한다. 단 0.2%의 커피원액만 추출된채 버려지는 99.8%의 커피 찌꺼기(커피박). 이 커피박이 그냥 폐기(매립·소각)될 경우 온실가스인 메탄 발생은 불가피하고 이는 이산화탄소보다 34배 높은 온실효과를 가져온다. 시원한 커피 한 잔으로 가볍게 목을 축이고 남은 결과는 기후위기의 시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이었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살림공작소 류수진 운영이사는 “커피박이 톱밥, 퇴비 등으로 재활용되기도 한다. 이전에 비해 재사용되는 양은 늘었지만 아직 대중화는 되지 않았다. 커피는 마시는 양보다 폐기물이 더 많이 나오니 재활용 방안을 계속해서 모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 수돗물을 음용하고 가까운 먹을거리를 찾는 것도 탄소중립의 한가지 방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생수와 먹거리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발자국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밥상살림식생활센터 관계자는 “밥상을 살리면 농업을 살리게 되고 이는 곧 환경과도 연결된다. 먹거리가 온실가스 배출의 30~40%를 차지한다. 일주일에 단 한 번만라도 채식을 한다면 환경을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소비활동 자체가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시점에 도달한 만큼 이제 소비 전에 환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의 다음 세대는 삶이 아닌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다.
행사가 진행된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는 ‘기후위기시계’가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까지 남은 시간을 카운트다운 한다. 기상청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 대전의 여름 일수는 70.9일, 폭염 일수는 94.5일 증가한다. 실제로 지난해는 12만 5000년 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가오는 여름 우리사회는 안전할 수 있을까. 6살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최준형 씨는 “아들이 유치원에서 ‘지구가 아프니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미 기후위기를 알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아이들이 자라나면 기후변화가 더 심해져 있을 것 같다”라며 씁쓸해했다.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는 지난해 제6차 평가(AR6) 종합보고서를 통해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1.5도 목표’가 깨질 것이라 전망했다.
글·사진=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